하루보듬 도덕경(63/3장)
원한을 다스리는 공자의 방식은 현실적이며 세속적입니다. 원한을 덕으로 갚는다면 덕은 무엇으로 갚냐는 거죠. 원수를 은혜로 갚는다면, 은혜는 뭐로 갚냐는 거죠. 그러니 원망은 곧음으로 갚고 덕에는 덕으로 갚아야 한다는 겁니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나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나 똑 같이 대할 수는 없다는 거지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를 생각한다면 그럴 수는 없다는 거죠. 그렇다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건 그야말로 보복이니까요. 성인 공자께서 그러실 리가 있나요? 공정한 원칙과 정의, 엄정한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거지요. 곧음으로 갚는다는 것은 그런 뜻입니다.
양승국 /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 변호사
어제 제가 성경을 읽다가 "재판하는 곳 거기에도 악이 있고 정의를 행하는 곳 거기에도 악이 있다"는 구절을 만났습니다. "네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께 맡겨라.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는 내용도. 공자는 이 말에 뭐라고 하실까요?
그러기에 차라리 원한을 덕으로 갚아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용서는 상대가 아닌 나를 위한 거라는 말처럼. 저는 전 남편에게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가스라이팅을 당했습니다. 지금도 후유증이 남아 있지요. 내가 나를 못 믿는. 그가 교묘히 심어준. 저는 그의 영혼을 위해 기도합니다. 제가 살기 위해서 입니다. 하나님께 맡기는 거지요. "내가 그를 다루겠다"고 하셨으니. 하지만 하나님이 저 대신 복수를 계획하실 리는 없지요. 사람을 다루는 하나님의 수는 무궁무진하니까요.
'원한을 덕으로 갚는다'에 오래 머물렀네요. 다음 구절 보죠.
양승국
어려운 일은 그것이 쉬울 때 하고
큰 일은 그것이 작을 때 하라.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네요. 또 글쓰기를 예로 든다면, 글쓰기는 사실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기에 조금씩, 조금씩 나눠서 쓰는 거지요. 그래야 그나마 쉬워지니까요. 산을 오를 때 정상을 바라보면 언제 저기를 오르나 싶어 발을 뗄 엄두가 안 나지요. 그럴 때는 그저 한 발, 또 한 발 디뎌 오르는 수밖엔 없지요. 그러다 보면 어느 새 정상에 올라 있겠지요.
세상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데서 비롯되고
세상의 큰 일은
반드시 작은 데서 비롯되기에
성인은 끝내 큰 일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큰 일을 이룬다.
별 일 아닌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낭패를 볼 때가 있지요. 쉽게 생각했는데 일이 꼬일 때가 있고요. 안일하게 대처하고, 방심하는 순간 작은 일이 큰 일이 되어버리죠. 학교 다닐 때 보면 지각은 주로 집 가까운 애들이 하죠. 번히 아는 길에서 헤맬 때도 있고요. 작은 구멍으로 둑이 터집니다.
그런데 성인은 어떻게 한다고요? 큰 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일이 작을 때 한다네요. 상황을 예측하고 미리 내다보는 거지요. 조짐을 느끼고 일이 터지기 전에 예방하는 거지요.
성인 씩이나 들먹일 일은 아니지만, 살림을 해 보면 알게 됩니다. 매일매일 집안을 정리정돈하면 크게 시간들이지 않고도 그 상태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을. 그런데 어질렀다 한꺼번에 하려들면 온종일, 심지어 몇날 며칠 간의 일이 되고 말지요 (아예 손 놓아버리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전자에 속하는 주부였습니다. 제가 또 이래 뵈도 '살림 9단'이었지요(63장에선 노상 제 자랑이네요. 제 속이 허한가 봐요. ㅎ). 근데 비결이 따로 없어요. 일이 쉽도록, 작도록만 유지하면 됩니다. 루틴을 만드는 게 가장 편해요. 습관을 붙여서 노상, 매일 조금씩 하는 겁니다. 살림이든, 글쓰기든.
그렇게 되면 어쩐다고요? 큰 일을 하지 않지만 큰 일이 이뤄져 있지요. 소소하게 신경 썼을 뿐인데 늘 집안이 말끔하니까요. 매일 조금씩 썼을 뿐인데 어느 새 책이 되어 있으니까요.
제가 활동 범주가 좁아 위대한 노자 말씀을 사소한 예로만 풀어서 송구합니다.^^
63장, 다음 주에 계속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양승국
제 63 장
함이 없는 것으로 행하고
일이 없는 것으로 일하며
맛이 없는 것으로 맛을 삼는다.
큰 것을 작은 것으로
많은 것을 적은 것으로 여기며
원한을 덕으로 갚는다.
어려운 일은 그것이 쉬울 때 하고
큰 일은 그것이 작을 때 하라.
세상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데서 비롯되고
세상의 큰 일은
반드시 작은 데서 비롯되기에
성인은 끝내 큰 일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큰 일을 이룬다.
쉽게 승낙하면 반드시 신뢰가 적고
쉽게 생각하면 반드시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까닭에
성인은 모든 일을 어렵게 여기니
끝내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