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커지기 전에

하루보듬 도덕경(63/4장)

by 신아연



주말, 휴일 잘 보내셨습니까. 저는 밤새 편두통이 있더니 두 시간 간격의 약 기운으로 지금은 가라앉았습니다. 곧 다시 시작될 것 같아 겁이 나네요. 주말 사이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 뇌에 과부하가 걸린 것 같습니다. 공부도 다 때가 있다더니 젊었을 땐 뭐하고...


이번 주는 목요일이 어린이 날 휴일이라 오늘 월요일에 도덕경 63장을 마치고, 내일은 가정의 달 특집글을 보내려고 합니다. 역경을 이기며 삶을 가꿔가는 아주 감동적인 독자 편지를 받았거든요. 그 편지를 소개하겠습니다. 그리고 수요일에는 죽음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목요일은 쉽니다. 이번 주는 그렇게 진행할게요.


63장 마지막 구절 볼까요?


쉽게 승낙하면 반드시 신뢰가 적고

쉽게 생각하면 반드시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까닭에

성인은 모든 일을 어렵게 여기니

끝내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사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무슨 부탁을 했을 때 선뜻, 바로 승낙할 경우 좀 미심쩍죠. 그저 건성으로 대답한 것 같아서요. 말로는 알았다고 하지만 정작 들어줄 것 같지 않아서요. 걱정 말고 나만 믿으라는 사람 치고 일을 제대로 성사시키는 경우가 얼마나 되던가요. 반면 좀 생각해 보겠다는 신중한 답이 돌아온 경우 오히려 믿음이 생기죠.


일의 과정을 어렵게 여기면 결과는 쉬워질 수 있지요. 노자는 매사 신중하기를, 겨울날 살얼음 낀 시냇물 건너 듯 하라고 했지요.


또 제 글쓰기를 예로 든다면 저는 원고 마감을 아주 길게 잡습니다. 그러니까 매달 15일이 마감일이라면 저는 스스로 10일로 당겨 잡은 후 일찌감치 글을 쓰는 거지요. 그렇게 일단 써 놓고는 콘크리트를 굳히듯이 양생기간을 둡니다. 며칠 그냥 던져 두는 겁니다. 글을 익히는 단계지요. 그리고는 다시 꺼내서 최종적으로 다듬습니다. 무슨 글이든 그 과정을 거칩니다.


저는 글쓰기를 아주 어렵게 여기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심리적으로 넉넉히 여유를 확보합니다. 그래야만 낭패를 보지 않으니까요. 그렇지 않고 "이 정도 글은 껌이지"라고 쉽게 생각하다가 마감이 닥쳐서야 허둥댄다면 그 글은 망치는 거지요.


'성인은 모든 일을 어렵게 여기니 끝내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를 제 글쓰기에 적용해 보았습니다만, 글과 달리 삶에서는 일이 생각지 않은 방향으로 커져서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데 고통과 애로가 있습니다. 저도 그 중 한 사람이고요. 알고도 될대라 되라 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러기에 성인은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얼마나 큰 사태를 몰고 올지를 미리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 하겠지요.


63장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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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제 63 장


함이 없는 것으로 행하고

일이 없는 것으로 일하며

맛이 없는 것으로 맛을 삼는다.


큰 것을 작은 것으로

많은 것을 적은 것으로 여기며

원한을 덕으로 갚는다.


어려운 일은 그것이 쉬울 때 하고

큰 일은 그것이 작을 때 하라.


세상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데서 비롯되고

세상의 큰 일은

반드시 작은 데서 비롯되기에

성인은 끝내 큰 일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큰 일을 이룬다.


쉽게 승낙하면 반드시 신뢰가 적고

쉽게 생각하면 반드시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까닭에

성인은 모든 일을 어렵게 여기니

끝내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출처] [신아연의 영혼의 혼밥 645] 하루보듬 도덕경(63/4장) 일이 커지기 전에|작성자 자생한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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