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먼저 안락사 시킨 후에야

스위스 안락사 동행기

by 신아연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안락사(조력사)에 대한 책 원고가 이달이면 마무리됩니다. 그러는 사이 또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스위스에서 조력사를 택하고 싶다는. 이번에는 온 몸이 뒤틀리며 신경이 옥죄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46세 미혼 여성입니다.


저와 연결되고자 제 글을 거의 다 읽었다고 했지만, 막상 연결이 되었음에도 대화 도중 기도가 조여와 중간에 통화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와 인연이 닿은 세 번째 안락사 희망자입니다. 그 중 한 분은 작년에 실제로 결행을 하셨고요. 거기에 제가 동행한 3일 간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려고 하는 거지요.


이제 두 분이 남았습니다. 한 분은 독자 그룹에 묶어 제 글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 이 글도 읽으실테지요. 저는 어제도 교회에 가서 두분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아니, 날마다 기도합니다. 저는 의사가 아니니 그분들의 몸 상태에 대해 아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저는 그분들의 영혼 상태에 대해 기도할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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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enablack, 출처 Pixabay


여러분, 이명*님 (남 61세), 김성*님 (여 46세), 두 분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공개 기도 요청합니다.

스위스 조력사 단체에 등록한 한국인이 100여 명이라고 합니다. 등록을 했다고 실제로 모두 행하는 건 아니겠지만 조력자살을 하나의 개인적 선택 권리로 받아들일 때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할 것입니다. 쉬운 길을 택하고 싶은 유혹의 덫에 걸릴 것입니다.

죽는 게 어떻게 쉬운 길이냐고, 오죽하면 제 목숨 제가 끊는 방법을 택하겠냐고,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요. 맞습니다. 남의 일입니다. 남의 일이니 관여할 것도, 염려할 것도, 마음 아플 것도, 나아가 기도할 것도 없겠지요.

그 말은 우리 모두는 쓰고 버리는 물질적 존재일뿐이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몸이 아프니, 즉 기계가 고장났으니, 더구나 고칠 수도 없으니 폐기하자는 소리가 아니고 뭔가요? 단, 우리는 움직일 수 있는 물체니 스스로 폐기하든, 남이 폐기시키든 그야말로 상관없겠지요.

조력자살은 인간이 '영혼이 없는 존재'라는 전제하에 결행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죽으면 다 끝이라는 생각에서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인간은 그저 단순 물질이며 그 물질의 주요부위인 뇌 작용으로 인해 정신활동을 하는 존재라는 뜻이지요. 나아가 그 뇌가 신조차 만들었다는 거지요. 워낙 머리가 좋으니까요.

뇌 작용과는 무관한 영역, 즉 영혼을 인정하지 않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조력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안락사는 신을 먼저 안락사시킨 후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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