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걸 내가 하고 싶다

하루보듬 도덕경(66/2장)

by 신아연



현실 정치는 성인이 하는 게 아니지요. 그래서 위정자에 따라 무겁고 무섭고 버겁고 해롭고 부담스럽고 거추장스럽지요. 성인이 한다면야 오리털 이불을 덮은 것처럼 우리 위에 있어도 가볍고, 코로나 방지 투명막처럼 우리 앞에 있어도 시야를 가리지 않겠지요.


그래서 성인은

백성 위에 올라도

그들이 무거워 하지 않고

백성 앞에 서도

그들이 해롭게 여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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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종영한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잊히지 않는 대사가 있습니다. 이방원이 왕위를 차지하려고 세자인 이복 동생 이방석을 죽이려 할 때 이방석이 절규하지요. 나도 잘 할 수 있다고, 나도 이 나라와 백성들을 잘 다스릴 수 있다고, 왜 내가 못할 거라고 생각하냐고, 나를 믿어 달라고. 그러자 이방원이 이렇게 답합니다. 그 답이 압권입니다.


"그 모든 걸 내가 하고 싶다."


아, 이러는 데야 이방석이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노골적으로 돌직구를 날리며 적나라하게 야욕을 드러내는 데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야심가들이 권력을 잡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아무리 정치를 잘 해도 성인의 정치는 아니라는 거지요. 성인이라면 아예 정치를 안 할 테니까요. 노자도 세상 무대에서 스스로 사라지기 전 고별사로 『도덕경』을 내 놓았듯이. 춘추전국시대의 그 되잖은 권력투쟁을 보면서 마지 못해 한 말씀 하신 후 소를 타고 표표히 자취를 감추셨죠.


그 한 말씀이란 "고마해라. 마이뭇따 아이가"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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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높으신 분들이 외제차나 국산 고급차를 타듯이 당시 권력자들은 날렵하고 세련된 말을 타고 다녔지만 성인들은 느릿느릿 투박한 소잔등에 올랐지요.


예수님도 나귀새끼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시잖아요. 노자도 예수도 폼이 안 나는 정도가 아니라 세상 기준으론 쪽 팔리는 일이죠. 요즘 같으면 발레파킹도 안 해 줄 것 같아요. 그랬던 두 분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영향력 있는 두 책, 『성경』 과 『도덕경』의 주인이시니!


자, 성인은 어차피 정치를 안 하니까, 범인(凡人)이 '성인처럼'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백성 위에 서든, 앞에 서든, 그 모든 걸 네가 하든 그 무게와 존재감을 최소화하는 것이그나마 최선이라는 게 노자 말씀입니다.


내일 계속하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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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작가의 '심상'






제 66 장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것은


그것들의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백성 위에 있고자 하면


반드시 말로 자기를 낮춰야 하고


백성 앞에 서고자 하면


반드시 몸을 뒤에 두어야 한다.



그래서 성인은


백성 위에 올라도


그들이 무거워 하지 않고


백성 앞에 서도


그들이 해롭게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온 세상이


그를 기꺼이 받들며 싫어하지 않고


겨루지 않기 때문에


천하에 아무도 그와 겨룰 자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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