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보듬 도덕경(67/3)
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저는 어제 교회 식구들과 원주 문막엘 다녀왔습니다. 교회를 다닌 이후 제 생활이 풍성해졌습니다. 제가 글을 써서 그런지 교인들 가운데는 서슴없이 속내를 드러내고, 더러는 제 책을 읽기도 해서 책 속 제 이미지에 기대어 언니,누나, 엄마에게 하듯 자신들의 걱정거리, 고민 등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이때를 위함이었을까요? 지난했던 저의 지난 시간들이, 인연 닿은 사람들에게 위로의 어깨를 내 주기 위한. 물론 저는 지금도 여전히 지난하고, 앞으로도 지난하겠지만...하지만 그것이 인생일테지요.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아프니까 인생이다"로 패러디하게 됩니다.
참으로 아픕니다. 슬픕니다. 고통스럽습니다. 내 힘으로 되지 않습니다. 많은 것 바란 적 없고, 두 가지도 아니고 단 한 가지를 원하는데 그 한 가지가 안 됩니다. 그러나 안 되는 그것 때문에 우리는 '사람이 되어' 갑니다. 우리의 목적은 '소원성취'가 아니라 '사람성취'가 아닐까요.
좋아지지도 놓아지지도 않는저자신아연출판책과나무발매2020.09.22.
제가 이만큼 사람이 된 것도 바로 안 되는 그 무엇, 여북하면 제가 책 제목으로 했을까요, 바로 <좋아지지도 놓아지지도 않는> 그것 때문이지요. 상황이 호전되거나 좋아지지도,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놓아버리지도 못하는 그것으로 인해 제가 사람이 되어가는 거지요. 어떤 사람이요? 바라옵기는 노자 닮은 사람, 예수 닮은 사람이요.
하재열 작가의 '심상'
노자 닮은 사람 이야기 오늘도 시작해 보겠습니다.
도가의 행동지침, 자애, 검약, 겸허 중에서 지난 시간의 자애에 이어 오늘은 검약을 살피겠습니다. 검약이라 하니 물자에 대한 근검절약이 먼저 떠오르지만 문맥 상으론 관계적인 것, 그것도 지도자로서, 통치자로서의 사람에 대한 관계적 검약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을 자애로, 검약으로, 겸허로 대할 때 하늘이 도와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거지요. 왜냐하면 자애롭고 검약하며 겸허히 사람을 대하는 것은 곧 노자 마음으로, 예수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거니까요. 관계를 그렇게 맺어가면 주변에 사람이 없을 수가 없지요. 그것도 많은 사람이, 나아가 세상 사람 전부가.
그러면 '사람을 검약으로 대한다, 관계를 검소하게 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우선 사람을 이용가치나 수단으로 도구화 하지 않는 거지요. 내 욕심, 내 욕망 충족을 위해 사리사욕적으로 부리지 않고, 심심풀이 땅콩처럼도 삼지 않는 거지요. 그저 내 남는 시간 때우려고, 무의미한 수다나 떨려고, 자랑 아니면 신세 한탄하려고, 술친구 만들려고, 그 자리에 없는 사람 씹고 흠집내고 시비거리 찾으려 드는 이런 것들이 모두 '소모적 만남, 관계의 낭비'인 거지요. '관계의 검약'이란 이런 것들을 쳐내는 것이지요. 관계맺기와 만남의 선택과 집중입니다.
나아가 국가나 공동체를 만들어 그 구성원에게 헌신, 열정, 용기 등을 강요하거나, 이념에 매몰되어 만용을 부리며 이데올로기나 신념 따위에 들씌어서 국민을 괴롭히고 못 살게 구는 것, 이런 것들이 노자 눈에는 검약할 줄 모르는 위정자의 자세로 비치는 거지요.
어제가 마침 현충일이어서 67장이 더욱 와닿습니다. 위정자들의 야욕으로 인해 전장에서 스러진 무고한 젊은 목숨들과 씻을 수 없는 유족들의 상흔을 떠올리면, 노자가 개탄하며 도덕경을 내 놓았던 춘추전국시대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진정한 리더십은 사람 위에서 부리는 게 아니라 사람 아래에서 섬기는 것이라고 한탄하며 노자는 세속을 떠났고, 예수는 스스로 본보기가 되어 세속을 껴안고 죽음을 택했던 것이지요.
섬기는 리더십, 겸허에 대해서 내일 계속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하재열
제 67 장
세상 사람들은 나의 도가 너무 커서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한다
너무 큰 존재라 그런 것 같은데,
만약 그렇게 보였다면
오래 전에 별 것 아닌 것이 되었을 것이다.
나에게는 세 가지 보물이 있어
그것을 잘 보존하고 있다
첫째는 자애요,
둘째는 검약이요,
셋째는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자애롭기에 용감할 수 있고
검약하기에 널리 베풀 수 있고
나서지 않기에
온 세상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자애 없이 용감하려 하고
검약 없이 베풀려 하고
뒤에 서려는 덕성 없이 나서려고만 하면
죽음의 길이 되고 만다.
자애로움을 가지고 싸우면 이기고
자애로움을 가지고 지키면 견고하다
하늘이 장차 누군가를 구하려 한다면
자애로움으로 그를 지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