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보듬 도덕경(67/5장)
주말, 휴일 잘 보내셨습니까. 저는 독자의 초대로 산청엘 다녀왔습니다. 8, 9년 전 자생한방병원에서 주최한 의료 세미나 참관 차 다녀온 후 두번 째 방문이었습니다. 3일 간을 지리산 치마자락을 밟고 다니며 그간 공부했던 노자를 자연 속에서 만나는 느낌이었습니다. 글이 맺어 준 독자님과의 소중한 인연과 귀한 대접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산청 / 한국선비문화연구원
자애롭기에 용감할 수 있고
검약하기에 널리 베풀 수 있고
나서지 않기에
온 세상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
67장을 엿가락처럼 늘이고 있는데요, 이번 주에는 마쳐야죠.
저는 요즘 어디서든, 누구를 만나든 스스럼없다는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무식해서 용감한 게 아니라 사랑해서 용감한 거지요. 말해 놓고 보니 너무 거창하네요.^^ 지리산 품보다 더 너른 사랑을 감히 저의 앙가슴 따위에 담듯 말하다니요. 그럼에도 제 깜냥으로는, 제 그릇대로는 사랑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네요.
인자무적(仁者無敵)이라고 하잖아요. 사랑하면, 자애로우면 적이 있을 수 없지요. 하물며 사람을 대하는 데 두려움이 끼어들 수 없겠지요. 자애롭기에 용감할 수 있다는 것을 저는 그렇게 풀어봅니다. 상대에 대한 자애로운 마음으로 스스럼없이 내가 먼저 다가가는 거지요.
그 다음 '검약하기에 널리 베풀 수 있고'를 보죠. 67장의 검약을 '검소한 만남, 관계의 간소화, 내 이익, 내 욕구에 맞춰 상대 끌어들이지 않기', 이렇게 풀었지요? 결국 상대를 '있는 그대로' 대할 때 베푸는 마음도 진정으로 우러날 수 있겠지요.
물질적 검약도 마찬가지죠. 돈이란 게 있으면 있을수록 남한테는 인색하게 되더라구요. 나 쓸 데만 자꾸 더 생기고요. 있을수록 허덕여요. 없을 때는 쓸 데도 그만큼 없었는데 말이죠. 물가상승 탓만은 아니죠. 내 씀씀이의 인플레이션 탓도 할 줄 알아야겠습니다.
'나서지 않기에 온 세상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이건 정말 중요한 말입니다. 나서지 않고 온 세상, 온 인류의 참 지도자가 된 자는 바로 예수지요. 예수님은 '치고 빠지기' 명수입니다. 무리를 향해 설교하고, 병자들에 둘러싸여 병을 고쳐주시곤 서둘러 자리를 떠나는 장면이 성경에 여럿 나오지요. 제자들은 예수님이 권력을 잡으면 자기들 중 누가 더 높은 자리에 앉을까 하고 헛물켜는 동안.
'척 하는' 게 아니라, 그럴 생각, 나설 생각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예수님은 인류의 대표주자가 될 수 있었던 거지요. 노자도 마찬가지죠. 사람들 앞에 드러나려고 하지 않았기에 2500년을 관통하여 이렇게 우리들까지 거느릴 수 있게 되었지요.
얼마나 멋있습니까! 인류 최고의 두 말씀, 성경과 도덕경을 접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일 계속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제 67 장
세상 사람들은 나의 도가 너무 커서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한다
너무 큰 존재라 그런 것 같은데,
만약 그렇게 보였다면
오래 전에 별 것 아닌 것이 되었을 것이다.
나에게는 세 가지 보물이 있어
그것을 잘 보존하고 있다
첫째는 자애요,
둘째는 검약이요,
셋째는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자애롭기에 용감할 수 있고
검약하기에 널리 베풀 수 있고
나서지 않기에
온 세상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자애 없이 용감하려 하고
검약 없이 베풀려 하고
뒤에 서려는 덕성 없이 나서려고만 하면
죽음의 길이 되고 만다.
자애로움을 가지고 싸우면 이기고
자애로움을 가지고 지키면 견고하다
하늘이 장차 누군가를 구하려 한다면
자애로움으로 그를 지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