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보듬 도덕경(67/6장)
인생에 세 가지 불행이 있다잖아요. 초년 성공, 중년 상처(아내를 잃음), 노년 궁핍, 어떻게든 이 세 가지는 면해야 한다는데 저는 여자로 남편이 없으니 노년 궁핍과 함께 두 가지 '당첨'이네요. 그나마 초년 성공은 용케 피해갔습니다. ㅎㅎ
오늘 살필 구절에는 이런 말들을 덧붙일 수 있겠지요.
상처없이 위로하려 하면
실패없이 성공하려 하면
오욕없이 영예로우려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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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애 없이 용감하려 하고
검약 없이 베풀려 하고
뒤에 서려는 덕성 없이 나서려고만 하면
죽음의 길이 되고 만다.
그렇지요? 너도 죽고 나도 죽어요. 같이 망하는 거지요. '앞에 세우기 전에 철저히 뒤에 둔다'는 성인들의 '사람 만들기' 기본지침입니다.
하재열
김치를 담글 때도 보세요. 배추의 숨이 덜 죽으면 배춧잎이 살아서 밭으로 도로 가려고 하죠. 싸움닭을 훈련시킬 때도 마치 나무로 만든 닭처럼 힘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기다린다고 하죠. 제 힘을 믿고 날뛰는 상태에서는 결코 이길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상대가 아무리 도발을 해도 털끝 하나 세우지 않고 그 존재만으로 제압하는 카리스마 작렬인 거죠. 상황에 반응하지 않는 완전한 평정심, 장자의 유명한 '목계의 덕'입니다.
성경의 모세도 나이 40, 젊은 나이에 혈기 부리다 그 대가로 40년을 개고생하지요. '훈련받는다'고 점잖게 표현하지만. 설마설마 하다가 이제 내 인생은 진짜 끝이라는 시점에서 부름을 받지요. 나이 80에 민족의 지도자가 됩니다. 겉으로는 사양하는 척, '관두시지 마시지' 하고 내숭을 떨면서 속으로는 '드디어 때가 왔다'고 쾌재를 불렀나요? 아니죠. 자기는 늙고 아무 능력이 없음을 속속들이 인정하지요. 싸움닭 모세가 나무닭 모세가 된 거지요.
저도 나이 50에 몸에 걸친 옷가지 빼고는 다 잃고 고시방 같은 원룸에 8년을 처박혀 글써서 입에 풀칠하는 동안 무슨 희망이 있었겠습니까. 하지만 시나브로 저의 상처가 다른 이의 위로가 되고 있잖습니까.
웃으실지 몰라도 나이 60인 제게도 꿈이 있습니다.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밝은 성품으로 덧입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차가운 곳, 어두운 곳에 내팽겨쳐져 본 경험이 있기에 나같이 외로운 사람, 나같이 곤고한 사람, 나같이 막막한 사람을 위로할 줄 압니다.
이렇듯 나의 약점이 강점, 나아가 타인에게는 '덕점'이 됩니다. 인생에서 막장은 그 자체로 덕성입니다. 지금 죽을 맛이 나중에는 살릴 맛이 되니까요. 나도 살리고 너도 살리고 우리를 살리는.
내일 계속하지요.
고맙습니다.
하재열 작가의 '심상'
제 67 장
세상 사람들은 나의 도가 너무 커서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한다
너무 큰 존재라 그런 것 같은데,
만약 그렇게 보였다면
오래 전에 별 것 아닌 것이 되었을 것이다.
나에게는 세 가지 보물이 있어
그것을 잘 보존하고 있다
첫째는 자애요,
둘째는 검약이요,
셋째는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자애롭기에 용감할 수 있고
검약하기에 널리 베풀 수 있고
나서지 않기에
온 세상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자애 없이 용감하려 하고
검약 없이 베풀려 하고
뒤에 서려는 덕성 없이 나서려고만 하면
죽음의 길이 되고 만다.
자애로움을 가지고 싸우면 이기고
자애로움을 가지고 지키면 견고하다
하늘이 장차 누군가를 구하려 한다면
자애로움으로 그를 지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