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보듬 도덕경(69 / 2)
어제 글에 이런 댓글을 받았습니다.
"싸워서 이기면 잃게 되는 것들이 많이 있다. 사장과 싸우면 직장을 잃고, 손님과 싸우면 단골을 잃고, 아내와 싸우면 자신을 잃는다. 성경을 이기면 천국을 잃는다."
동의하십니까? 그런데 남편과 싸우면 어떻게 될까요? 잃었던 자신을 되찾게 되죠. ㅎㅎ
저는 남편을 잃음으로 제 자신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싸워서 이긴 게 아닙니다. 그대로 물러났기에, 나는 이미 죽은 사람으로 쳤기에 다시 살 수 있었던 거죠.
제가 9년 전 한국으로 돌아올 때 '빤쓰부터 양말까지' 새로 사입고 왔습니다. 마치 시신에 수의 해 입히듯. 25년 결혼 생활의 나, 호주에서 보냈던 젊은 시절의 나를 장사지낸 거지요. 그렇게 나 자신의 장례를 치른 후 맨몸뚱이로 다시 태어난 거죠. 과거의 남편과, 과거의 나 자신과 싸우지 않았기에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노자도 어제 그러지 않았습니까. 한 치 나가는 대신 한 자 물러서라고. 이거야 원, 싸우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말라는 거죠. 적으로부터 한 자나 물러나 있는데 방어라면 모를까, 어떻게 공격합니까. 아예 공격하지 말라는 거죠. 만약 한 치 앞에 있을 거면 기꺼이 오른뺨을 대주고 가능하면 왼뺨까지 대주라는 거죠. 이렇게 하는 것을 노자는 뭐라고 하냐면,
이를 일러
나아감이 없는 나아감
팔뚝 없는 휘두름
적 없는 쳐부숨
무기 없이 무기잡음이라 한다.
헛손질, 헛발질하는 허수아비가 연상되나요? 아니죠. 진정으로 이기는 모습을 묘사한 거죠. 한 자 뒤로 물러섰으니 그것이 곧 상대에게 마음을 열고 나아감이며, 소매 걷어붙이고 덤벼들 팔뚝이 없으니 휘둘러도 상처주지 않음이며, 누구든 적이란 생각이 없기 때문에 무찌를 대상이 없음이며, 따라서 무기 잡고 설칠 일도 없으니 맨손인 그 자체가 무기인 거지요.
제가 지난 해 12월, 예수 믿게 된 이후 '아무하고도' 다투지 않겠다고 제 자신과 약속했고, 그 약속을 7개월 째 지키고 있습니다. 무릇 지킬 것 중에 마음을 지키라고 했는데, 그 최고의 경지는 평강과 화평입니다.
평강은 자신과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고, 화평은 이웃과 반목하지 않는 것이죠. 평강은 절대적으로 모든 상황에서, 화평은 가급적 모든 상황에서. 좋아서 좋게 지내는 거야 누가 못할까요. 일이 잘 풀리고 원하는대로 상황이 돌아가는데 왜 신경질이 나겠습니까.
싸우지 않는 것, 의외로 쉽습디다. 나하고도 싸우지 않고, 다른 사람하고도 싸우지 않는. 해 보니 되더라구요. 한 가지 원칙만 잊지 않으면. 물론 살다보면 싸울 수도 있습니다. 아니, 그 전에 왜 싸우는지를 들여다 봐야 합니다.
그 원칙, 그 이유 내일 들여다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하재열
제 69 장
병법에 의하면
앞서서 주인되지 않고
뒤서서 손님이 되며
한 치 앞으로 나가는 대신
오히려 한 자 물러서라 했다.
이를 일러
나아감이 없는 나아감
팔뚝 없는 휘두름
적 없는 쳐부숨
무기 없이 무기잡음이라 한다.
적이 없는 것보다 큰 재앙이 없고
적이 없다는 것은 내게 보물이 없다는 것이니
서로 싸울 때는
슬픈 마음 가진 사람이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