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보듬 도덕경(69/3장)
오늘은 정말 귀를 쫑긋하고 들으셔야 합니다. 아니 세상 귀로는 안 들릴 말씀을 하시니 귀를 접고 마음을 펴세요. 반어법의 극치이자 압권이 69장 마지막 구절에서 펼쳐집니다.반어법이 뭔가요? 참뜻과는 반대되는 말을 하여 문장의 의미를 강화하는 수사법이죠. 제가 굳이 사전적 의미까지 덧붙이는 이유는 오늘 살필 구절이 그만큼 난해하기 때문입니다.
적이 없는 것보다 큰 재앙이 없고
적이 없다는 것은 내게 보물이 없다는 것이니
서로 싸울 때는
슬픈 마음 가진 사람이 이긴다.
실컷 싸우지 말라고 하시더니, 한 치 앞서느니 차라리 한 자 뒤로 물러서라고 하시더니, 남의 집에 간 손님처럼 전쟁에서도 주도권을 쥐지 말라고 하시더니 오늘은 '적이 없는 것보다 큰 화(禍)가 없다'고 하시네요. 그럼 '적이 많을수록 복'이라는 뜻일까요? 혹시 '적이 있는 것보다 큰 화(禍)가 없다'의 오타가 아닐까요? 도대체 무슨 말씀일까요?
양승국 /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 변호사
어떤 사람이 적이 없습니까? 성인군자라고요? 아니죠. 북한의 김정은 같은 넘이죠. 성가신 존재가 나타나는 족족 바퀴벌레 때려잡듯 쳐부숴버리니 적이 생길 틈이 없잖아요. 김정은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말 그대로 피도, 눈물도 없기 때문이지요. 상대에 대한 측은지심이라곤 병아리 눈물만큼도 없으니. 노자가 '적이 없는 것보다 큰 재앙이 없다'고 한 것은 바로 그 뜻입니다.
무력으로 휘두르는 천하무적, 물리적 힘을 행사하여 상대를 제압하는 일인자, 그들처럼 화를 자초하고 재앙을 부르는 자들은 없습니다. 우리 독자 중에 혹시 '내게는 적이 없다.'고 믿는 분이 있다면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죠? 노자의 목소리로 듣겠습니다.
"상대에게 무지막지하게 굴 수 있는 것은 세 가지 보물을 상실했기 때문이지요."
노자의 세 가지 보물이 뭐였죠? 그렇지요. 자애, 검약, 겸손이었죠. 사람을 사랑으로 대하는 마음(자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려는 마음(관계적 검약), 남 앞에 나서지 않는 마음(겸손)이죠. 그 세 마음을 잃었을 때 내게는 적이 없게 됩니다('적이 있게 된다.'가 아닙니다).
다시 말하지만 반어법을 잘 이해하셔야 해요. '무자비하게 굴면 적이 생긴다.'가 아니라 '무자비할수록 적이 없다.'입니다. 같은 내용이지만 표현을 거꾸로 하니 효과가 극대화되는 거지요. 얼마나 잔인하게 굴었으면 적이 생길 틈이 없겠냔 말이니 실상은 모두 적이란 뜻이죠.
그러니 슬픈 마음 내는 사람, 자비로운 사람, 사랑 많은 사람이 궁극에는 이기게 된다는 거죠. 이런 사람은 사방에 적이 있는 것 같아도 아예 상대하지 않으니까요. 적으로 간주하지 않으니까요. 아주 멀찍이 물러서니까요. 소매를 걷어붙여봤자 휘두를 팔뚝이 없으니까요.
어제 제가 나하고도 싸우지 않고 다른 사람하고도 싸우지 않으려면 한 가지 원칙을 가지면 되겠더라 했지요? 그 원칙은 결국 사랑이지요. 사랑은 '내 안에 너를 들여놓는' 거지요. 내가 너의 입장이 되어보는 거지요. 그 전에 내가 내 입장도 되어 보는 거지요. 진정으로 말입니다.
'신아연, 그때는 네가 그럴 수밖에 없었겠구나. 지금의 너라면 그러지 않았겠지만 그때의 너로서는 그게 최선이었을테지.' 이렇게 나하고 먼저 풀고 나를 용서해야 합니다. 남하고 자꾸 싸우는 사람은 자기하고도 계속 싸우고 있다는 뜻이죠. 자기와 화평하면 남하고도 편안해집니다. 제가 해 보니 알겠더라구요.
69장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제 69 장
병법에 의하면
앞서서 주인되지 않고
뒤서서 손님이 되며
한 치 앞으로 나가는 대신
오히려 한 자 물러서라 했다.
이를 일러
나아감이 없는 나아감
팔뚝 없는 휘두름
적 없는 쳐부숨
무기 없이 무기잡음이라 한다.
적이 없는 것보다 큰 재앙이 없고
적이 없다는 것은 내게 보물이 없다는 것이니
서로 싸울 때는
슬픈 마음 가진 사람이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