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그렇더니 지금은 이렇구나

하루보듬 도덕경(71/4장)

by 신아연

주말, 휴일 잘 보내셨습니까. 저는 그제부터 열과 두통으로 좀 아프네요. 한국 돌아와서 이렇게 아픈 건 처음입니다. 오미크론인지, 일반 감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여하간 저는 집에 혼자 있을 거니까요. 격리는 날마다 하고 있지요. 다행히 새벽글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지금은 열이 내렸지만 여러분들께 글 보낸 후엔 다시 쉬고 싶네요.


어제 7월 17일은 딱 30년 전인 1992년, 제가 호주로 이민을 떠난 날이었어요. 밤 비행기를 탔으니 18일, 오늘 새벽에 호주땅에 내렸지요. 그리고는 21년 간을 그 땅에 살면서 나름 고생을 좀 하고 지금은 다시 한국에 있네요. 그때는 가족이 4명 이었지만 지금은 혼자고요. 그때는 수영장 있는 집에도 살았지만 지금은 세숫대야 물 받아놓기도 비좁은(뻥을 좀 치자면) 방 한 칸에 살고 있지요.


그때는 구름에 달 가는 것을 볼 수 있게 천장 일부에 바투 붙어 유리가 달려 있었지만 지금은 낮에도 해가 들지 않아 온종일 전기불에 의지해서 살고 있지요. 그때는 앉은 자리에서도 눈 두는 곳마다 초록빛이라 눈에서 초록물이 떨어졌지만 지금은 사방이 콘크리트 벽이라 사물이 온통 회색으로 보이죠. 그 생활이 10년입니다.


아마도 30년 전 그날, 변화된 환경을 몸이 감지하며 병이 난 것 같기도 해요. 여자들 왜, 산후조리가 부실하면 해산 달이 돌아올 때마다 몸 아픈 것처럼. 신세타령을 하려는 게 아니라 오늘 계속 살펴 볼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것'에 대한 예를 들기 위해서지요.


자기가 뭘 모른다는 것만 알아도 성인입니다. 지금까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네 가지를 살폈지요. 앞으로도 다섯 가지를 더 살피려고 해요. 아마도 그러면 "내가 뭘 모르고 있으면서 안다고 했구나."를 깨닫게 되실 겁니다. 누구라도 아홉 가지 중에서 한 두 가지는 해당될 테니까요.


오늘은 그러니까 '그때는 옳았고, 지금은 틀렸다.', 아니면 거꾸로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옳았다.'는 것에 대한 무지를 살피려는 거지요.


저는 제가 호주에 살았던 것이 옳았거나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고, 한국에 다시 온 것이 옳았거나 틀렸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호주에 살 때는 물질적으로 지금보다 나았지만 그 또한 그저 변화로 받아들입니다. '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이렇구나.' 하고요. 그리고는 그때그때 주어진 길을 갑니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는 그때는 옳았지만 지금은 말도 방구도 아니지요. 의미 자체가 없는 말이죠. 여야의 정치적 공방도 그렇지 않습니까. 옳아서가 아니라 편의에 의해, 내 편의 일을 이루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거잖아요.


제 원가족들은 저를 '문송(문과를 나와 죄송합니다)' 정도가 아니라 '문죄인(문과를 나와 죄인입니다)'취급을 합니다만(뼛속들이 문과체질인 저는 아마도 종신형 감이겠지요.), 제가 이런 공부도 하고 이런 글도 쓸 수 있는 것은 문과의 괴수(!) 철학과를 나왔기 때문에 익숙하게 동기부여가 되는 거지요. 뿐만 아니라 밥벌이 수단도 되잖아요. 철학과를 나오면 굶어 죽는다고 가족들이 모두 말렸거든요. 그런데 보세요. 철학과를 나와서 굶어 죽는다면 세상 사람들 중에서 가장 늦게 굶어죽을 겁니다. 글 쓰는 일에는 정년이 없으니까요.


이처럼 지금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철썩같이 믿고 있다가는 큰 낭패를 보게 될 것입니다. 정부 구호든, 나의 내면 소리든 시대와 상황에 따라, 내 마음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테니까요. 그러니 여유를 가져요, 우리.


지금 알고 있는 것이, 지금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그 무엇이든 반드시 옳다거나 틀렸다는 족쇄에서 놓여나세요. 다만 필요에 따른 시대적 발상이거나 미성숙한 내 생각, 내 마음이 빚어낸 망상일 수 있으니까요. 그냥 물 흐르듯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과, 이 길이 반드시 옳다며 가는 사람은 말로가 다를 테니까요.


내일 계속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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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제 71 장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건강하며,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하는 것이 병이다.



병을 병인 줄 안다면


병이 되지 않는다.



성인은 병이 없으니


병을 병으로 알기 때문에


병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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