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으로 '조진' 신세,
영으로 다시 피다!

영혼의 PT(14)

by 신아연


영혼의 PT 시간입니다. 영은 뭐고 혼은 뭔가, 나는 영적인 사람인가 혼적인 사람인가, 영적인 사람의 특징과 혼적인 사람의 특징은 무엇인가, 영적으로 산다는 것과 혼적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이런 것들을 살펴보는 시간이지요.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 돌아가시기 전 신과 종교, 삶과 죽음에 관해 24가지 질문을 했지요. 그런데 이 회장이 했기 때문에 그 질문이 유명해졌지 질문 내용은 특별한 게 아닙니다. 영적 관점에서는 기본적 내용이란 뜻입니다.


그 첫 번째 질문이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신은 왜 자신의 존재를 똑똑히 드러내 보이지 않는가?"였지요. 우선 질문 자체가 혼적입니다. '증명하라, 똑똑히 드러내라'는 말은 전형적인 이성적 표현이니까요. 이성은 혼의 대표적 도구니까요.


혼이 뭡니까? 지(知), 정(情), 의(意)의 작용이잖아요. 그 가운데 '지'는 이성으로 확장되지요.


이 질문을 이 회장이 했다는 사실로 인해 주목을 받는 것, 그것도 혼적입니다. 혼의 세계는, 다른 말로 이 세상은 돈과 명예, 권력 쥔 사람들의 말에 귀를 쫑긋하니까요. 만약 이 질문을 제가 했다고 해봐요. 기껏해야 네이버 지식 인에 물어보라고 했겠지요.^^


영적 담론을 혼적 수준으로 끌어내려 묻고 있는 이 회장, (비단 이 회장만은 아니겠지요) 이건 마치 100세 노인이 김연아한테 어떻게 하면 피겨스케이트를 잘 탈 수 있는지 묻는 거하고 비슷해요. 물을 수는 있지요.


묻는 건 자윤데 문제는 너무 늦었다는 거죠. 묻는 게 너무 늦었다는 게 아니고 김연아가 가르쳐 줘봤자 100세 노인은 탈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나마 이 회장은 답을 듣지도 못하고 세상을 떴지요.


이 회장이 답을 들었다고 해도 그 의미를 알진 못하셨을 거예요. 왜냐하면 이 회장은 평생을 '혼으로' 살았던 분이니까요. 철저히 세상의 언어, 혼적 언어, 지정의로 살았으니까요. 이 회장의 일생에서는 영적 언어가 작동된 적이 없었으니까요. 번역기를 돌려도 안 되었을 거에요. 단정할 일은 아니지만, 24가지 질문의 내용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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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jseka, 출처 Unsplash


저한테 누가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냐고 물었다고 쳐봐요. 그럼 제가 이렇게 저렇게 쓰라고 말해 주겠지요. 그런데 말해 준다고 됩니까? 저 또한 물으니까 그냥 말해 주는 것일 뿐 말한대로 쓸 거라는 기대는 안 합니다. 실제로 본인이 써보기 전에는 다 무의미한 말이죠.


드러나 있는 짬밥이 35년이요, 실상은 한글을 뗀 6세 때부터 글을 써온 제가, 글 초짜에게 말로 해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듯이, 일생 영성을 닦아온 사람이 죽음을 목전에 둔 '세상 사람'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있을까요?


그 이유는 영적 세계는 혼적 마인드로는 접근이 불가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귀신이라도 되어야 알 수 있단 말인가? 그건 아닙니다. 신비롭게도 인간은 두 세계를 다 접할 수 있도록, 두 세계를 다 가질 수 있도록 지어진 존재니까요. 영과 혼의 두 바퀴를 함께 굴릴 수 있는 존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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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uistricot, 출처 Unsplash


관건은 평생 혼적 세계에만 매여 이 세상이 전부인 줄 알고 사는, 보이는 세상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살아가게 하는 그 질기디 질긴 혼의 매듭을 느슨하게 할 수 있느냐는 건데요, 지난 주 저한테 어느 목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우리 자생 서당에는 목사님이 다섯 분 계십니다).


"정말 축하합니다. 하나님은 아무나 만날 수 없지요. 특히 혼이 강한 사람이 하나님을 만난다는 건 기적이지요. 한국 기독교가 영에서 바로 육으로 연결되면서 기복신앙으로 빠지는 것이 문제인데 혼이 강한 사람이 하나님을 만나면 여러가지로 유익하지요. 이어령 선생이 하나님을 만난 것처럼요."


혼이 유달리 강한 제가, 혼으로만 살다가 '신세를 조진' 제가 뒤늦게 영으로 살면서 어떻게 다시 신세가 피는지 여러분들에게 PT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저는 이미 신세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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