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철학을, 철학에 일상을 3
관악산 산책로에서 만난 떠돌이 개. 돼지 털처럼 푸석하고 거친 털에 암울한 눈빛. 간간이 등산객이 던져주는 음식 부스러기로 연명하는 듯 사람 주위에서 맴돌기는 하지만, 측은한 마음에 녀석 먹을 것을 찾아보려고 등산 백을 여는 소리에도 흠칫 놀라 달음질치며 물러난다. 음식을 손에 쥐고 아무리 불러도 눈길만 고정한 채 멀찍이 선 자리에서 움직일 줄 모른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과 절망의 몸짓으로 다만 생존하기 위한 본능만으로 구걸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보살핌과 사랑을 듬뿍 받는다면 경계심은커녕 이 사람, 저 사람 구분 못 하고 헤실헤실 꼬리치며 따르는 것이 개의 천성 아닌가. 그런 천성이 저렇게 변하기까지 개가 겪었을 마음의 고통이 찌릿하고 안쓰럽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양육과 사랑을 못 받고 성장하면 사람을 경계하고 눈치를 살핀다. 세상을 두려워하고 밑도 끝도 없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심리적으로 공허하고 정서적으로 황폐하다. 강박적으로 자신을 살피며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못한다. 신경증과 의존증에 만성으로 시달린다. 삶을 대하는 기본 자세부터가 전쟁터에 끌려 나온 소년병처럼 공포스럽고 미숙하다. 그러다 보니 우울증을 달고 산다. 다른 사람 아니고 바로 내 얘기다.
어떻게 살 것인가. 첫 단계는 그런 나를 인정하는 것이다. 나는 남과 같지 않다. 아픈 사람이다. 겉은 멀쩡하지만 심리적으로는 장애인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받아들인 후에라야 내 상황에 맞는 삶의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 출발선이 다르고 성취선이 다르다.
“사람은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성취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숙명적으로 주어진 삶의 마이너스적 측면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 그것이 곧 ‘자기답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 가토 다이조,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 나무생각힐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