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보듬 도덕경(75/2장)
삶을 위해 애쓰지 않는 것이
삶을 애지중지하는 것보다 현명하다
이 구절을 읽으니 제 가정의 ‘흑역사’로 쓰라립니다. 역사가 아니라 현재도 쓰고 있는 중이지만. 저는 참 열심히 살았습니다. 욕심이라고는 할 수 없는, 삶에 아기자기 애착이 많았습니다. 정성스럽고 의욕적이었으며, 부지런하고 성실했습니다. 책임감 강하고 인정스러웠습니다. 집안 구석구석 반질반질 윤을 내는 알뜰살뜰, 모범 주부였지요. 저의 가장 큰 장점은 음식솜씨였고요. 인간으로도 괜찮고 여자로도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의 결과가 ‘꽝’이었습니다. 저처럼 열심히 살았는데 결과가 이렇기도 힘들 거예요. 그렇게 남편을 사랑하고도 이렇게 허망하게 헤어지기도 힘들 거예요. 가족들을 위해 그렇게 밥을 해대고는 정작 내 밥을 굻을 지경에 이르기도 힘들 거예요.
그래서 75장 오늘 말씀이 착 와닿는 거지요. 그런 애지중지가 다 무슨 소용이냐고. 애쓰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고.
하재열 작가의 '심상'
물론 이 구절은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제가 공연히 신세타령을 해 본 거지요. 75장은 위정자들에게 하는 말씀이니, 이 구절 역시 위정자를 향한 거지요.
즉, 국민들을 등따숩고 배부르게 해 주면 그만이지, 재임 기간 동안 치적을 쌓으려고, 이름을 남기려고 쓸 데 없는 일을 도모하며 혈세를 축내지 말라는 거지요. 제 딴엔 잘 한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가만히 있느니만 못하다는 거지요.
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대상과 스케일만 다를 뿐.
자식문제로 골치 아플 때 차라리 그냥 두는 게 낫습니다. 돈이 너무 없을 때 벌려고 애쓰기보다 '밥만 먹으면 되지' 하면서 그냥 없이 살아보는 겁니다. 외로워 죽을 것 같을 때 설마 죽기야 하랴하고 마음 접는 겁니다. 삶의 모든 면에서 죽으면 죽으리라 순종하는 겁니다. 모두 제 경험입니다. 한 번 해보세요. 최소한 더 나빠지지는 않을 거예요.
마지막 구절 역시 무위를 말하고 있는 거지요. 노자 사상은 '기,승,전,무위'입니다. '냅두라 철학', '냅둬유 사상'입니다. 그러면 저절로 되어질 거라는 거지요.
무위란 자연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 본성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는 것, 상대나 나에게 없는 자질을 요구하지 않는 것, 상황에 적합한 행동을 하는 것이니까요.
75장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제 75 장
국민들이 궁핍한 것은
세금을 너무 많이 거두는 탓이다
그래서 궁핍한 것이다.
국민들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위정자의 인위적 간섭 탓이다
그래서 다스리기 어려운 것이다.
국민들이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것은
위정자가 자기 생명만 귀하게 여기는 탓이다
그래서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것이다.
삶을 위해 애쓰지 않는 것이
삶을 애지중지하는 것보다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