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미 죽은 게 아닐까

하루보듬 도덕경(76/1장)

by 신아연


주말, 휴일 잘 보내셨습니까. 저는 좀 특별한 만남이 있었습니다.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를 읽은 어느 목사님께서 이메일을 주셨는데 몇 차례에 걸쳐 답신을 주고받은 후, 그것으로 미진하여 카톡으로 자리를 옮겨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그래놓고는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자." 는 식으로 조만간 직접 만나 더 많은 대화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이 책을 낸 후 저의 여정이 새롭습니다. 책이 나온 지 꼭 한 달, 좀 팔려서 기분이 좋다는 원색적 차원에서 이제는 발을 떼게 만듭니다. 이 책이 제게 '여전히 가야할 길'과 '아직도 가야할 길'의 이정표와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란 예감이 듭니다.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고 동시에 나의 눈물을 닦으며 어깨를 겯고 함께 가는 도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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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흥수 작가 '태화산'


나이가 든다는 것은 참 안 좋은 일입니다. 안 예쁘고, 안 건강하고, 안 재밌게 하지요. 저로 말하자면 예쁜 적도 없었지만 더 안 예쁘고, 건강은 왠만큼 괜찮았는데 안 좋아졌고, 전에는 재밌던 일이 지금은 안 재밌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살 것인가? 신경질내면서 투덜대며 살 것인가.


노자는 오늘 도덕경 76장을 통해 "부드럽고 약하라, 그러면 늙어도 좋다."고 하십니다. 늙어 이미 몸이 뻣뻣한데 어떻게 부드러워질 수 있냐고요? 마음이, 내면이, 영혼이 부드럽고 약하라는 뜻이지요.


일단 76장을 같이 읽어보지요.



사람이 살아 있으면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으면 단단하고 강해지며

초목도 살아 있으면

보드랍고 연하지만

죽으면 마르고 뻣뻣해진다.


그러므로

단단하고 강한 것은

죽음의 현상이요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현상이다.


군대가 강하면 이기지 못하고

나무가 강하면 부러진다.


단단하고 강한 것은 아래에 놓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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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흥수


저는 더러 젊은 남성 독자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70대 중반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20, 30대 여성 독자들을 대할 때 참 기쁘다고 한 것처럼 저도 그렇습니다.


아들 또래의 독자들이 제게 말을 걸어올 때 저는 제가 '부드럽고 약한' 사람이란 걸 느낍니다. 정작 제 아들들은 저를 단단하고 뻣뻣하게 여기건만. 자랄 때 지들이 당한 게 있으니까 그렇겠지요. ㅜㅜ 젊은 독자가 있다는 것은 제가 소위 꼰대나 '라떼는~~' 과에 속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죽음을 자초하는 길은 마음이 뻣뻣해지고 영혼이 강직되는 것입니다. 누군들 그러고 싶어서 그러겠습니까만, 그대로 놔두면 그렇게 되고 말지요.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의 유연성이 점점 떨어지는 것처럼.


그러면 어떻게 해야 내면의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맨날 맛집이나 찾아다니고, 생각 없이 놀러다니고, 텔레비전이나 핸드폰만 들여다 보고 있다가는 죽음의 첩경으로 들어서는 것입니다. 우선 그런 것부터 줄여가야 겠지요.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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