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PT(17)
엊그제 화요일부터 새 노트북 컴퓨터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연탄 때다가 기름 보일러로 바꾼 것 같고, 달구지 타다가 세단을 모는 것 같습니다. 비단결처럼 매끄럽고 벼려진 칼날처럼 샤프합니다. 터치하는 손가락이 빙상을 달리듯 합니다.
지난 번에 말씀드렸듯이 영풍그룹 회장 사모님께서 뜻하지 않은 순간에 산타클로스(호주처럼 한여름의 산타클로스)처럼 나타나셔서 제게 새 컴퓨터를 선사해 주셨습니다. 주신 금일봉에서 불고기를 사 먹는 '호기로운 삥땅'을 치는 바람에 추가금까지 보내주셨지요.^^
제게 컴퓨터는 그냥 컴퓨터가 아닙니다. 수족 같은 존재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여 심장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컴퓨터 장만은 새 심장을 이식받은 것과 같습니다.
전에 쓰던 컴퓨터가 '생존'의 컴퓨터였다면 지금 컴퓨터는 '의미'의 컴퓨터입니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후 지난 10년 간, 과부 룻이 이삭을 줍듯 노트북 하나 들고 '글삭'을 모아 연명하고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군식구 없이 혼자 입만 먹이면 된다는 게 룻보다 나은 처지였지요.
그렇게 입에 풀칠은 하게 되었지만 시련은 점점 더 깊어졌습니다. 마치 성경 속 욥의 고난처럼. 그러나 욥은 아무 죄도 없이 당하지만 저야 지은 죄가 있어서 받는 벌이니 달게 매를 맞을 밖에요.
그렇게 매를 맞다맞다 담금질이 축복이 되고, 고난이 의미가 되는 자리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내 인생에 불행이 닥친 것이 차라리 낫다는 진정한 고백이 흘러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생존은 할 수 있었겠지만 삶의 의미는 찾지 못했을 테니까요. 땅만 내려다 보았지 하늘은 쳐다보지 못했을 테니까요.
내년이면 제가 환갑이 됩니다. 생의 반환점을 도는 거지요. 생존의 삶, 나만을 위한 삶, 지상의 삶, 육적, 혼적인 삶의 반환점을 도는 것입니다. 반환점을 돌면 삶의 풍경이 전과 달라지는데 어떻게 같은 삶을 살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전과 같이 땅에 코를 박고 이삭만 줍겠습니까.
나이 60의 길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이라는 시구처럼, '돌고 나서 보았네, 돌아칠 땐 못 본 그 길'이 되어야 겠지요. 이제는 타인을 돌아보는 삶, 하늘의 삶, 영적인 삶에 눈을 떠야겠지요.
비유가 너무 거창하지만 우리나라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되었듯이, 지난 10년 간 도움을 받기만 하던 제가 앞으로의 10년은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금과 은 나 없으나 내게 있는 것으로 네게 주겠다"고 한 베드로처럼 돈으로, 물질로 도울 수는 없지만 제게 있는 것으로 섬기겠습니다.
그것은 글을 쓰는 것이지요. 글로 사람을 살리는 일에 환갑 이후의 생을 걸겠습니다. 도박사가 가진 전부를 노름에 걸듯이. 먹고 살기 위해 여전히 고단한 글삭을 주어야 겠지만, 먹고 사는 것이 전부인 초라한 삶을 살지는 않겠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도움 주신 분들에 대한 보답이기에.
'생존의 10년에서 의미의 10년으로, 혼의 10년에서 영의 10년으로' 새 노트북, 새 심장에 거는 저의 캐치프레이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