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다, 고생했다, 애썼다

하루보듬 도덕경(77/2장)

by 신아연


제가 활을 쏘아 본 적도, 잡아 본 적도 없어서 77장 첫 구절에 대해 뭐라고 말씀을 못 드리겠습니다. 활시위가 그렇게 작동하나 보지요? 활줄을 당기면 활의 위쪽은 아래로, 아래쪽은 위로 올라가게 되는.


통찰력의 달인인 노자는 모자라는 곳을 메우고, 남는 곳을 덜어내어 균형을 이루는 하늘의 도리를 활터에서 깨우친 거지요. 부익부빈익빈의 인간사와는 완전히 거꾸로인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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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thorif, 출처 Unsplash


두 번째 단락은 이해가 바로 되네요.


하늘은 남는 쪽에서 덜어내어 부족한 쪽을 채우지만, 인간은 그나마 모자라는 쪽에서 빼앗아 남는 쪽에다 갖다 바친다니. 속된 말로 문둥이 콧구멍에 박힌 마늘을 빼 먹는다거나, 99개 가진 사람이 1개 가진 사람 것을 빼앗아 100을 채우고 싶어한다는 거겠죠.


혼자의 탐욕으로도 모자라 주변에서 도와줍니다. 결혼식 축의금 낼 때를 생각해 봅니다. 가령 잘 사는 사람, 힘 있는 사람, 그래서 내게 뭔가 고물이 떨어질 것 같은 사람에게는 10만원 하고, 나보다 못 사는 사람, 별 볼 일 없을 것 같은 사람에게는 5만원 하죠(저는 전에는 그랬는데 이제는 안 그럽니다). 하늘의 도는 거꾸로 작용했을 테지만(못 사는 쪽에 더 많이 가도록) 인간의 도는 정반대로 행하게 하지요.


그래서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줄을 이어도 정승이 죽으면 초상집이 썰렁해지는 거겠지요. 말해 놓고 나니 부끄럽네요. 저는 높은 사람 혼인잔치에 갈 일도, 문상 갈 정승도 없지만 이런 건 있습니다.


뭐냐면 길에서 구걸하는 사람에게 천 원짜리 한 장이라도 줄 때(저는 주기는 꼭 줘요) 지갑에서 제일 헌 돈을 꺼내 준단 말이죠. 새 돈, 빳빳한 지폐가 있어도 안 줘요. 기왕 줄 거면 깨끗한 돈으로 왜 못 주냐는 거죠. 이 또한 나보다 못해 보이는 사람을 업신여기는 얍삽한 심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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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cDomainPictures, 출처 Pixabay


세상은 원래 그런 거지요. 그래서 아등바등하는 거지요. 대접받고 싶어서, 홀대받고 싶지 않아서. 남보다 앞서고 싶어서, 남보다 뒤처지고 싶지 않아서 한평생이 너남 없이 고단합니다.


사느라고, 살아내느라고 누구나 수고하고 고생하지요. 부자든 가난한 자든, 지위가 높든 낮든, 명예가 있든 없든, 남이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사는 자체가 수고요, 고생이지요. 하늘은 그 마음을 알지요. 하늘마음을 닮은 사람은 하늘의 말을 따라 할 수 있는 사람이지요.


제가 이번에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를 내고 가장 듣고 싶은 말은 “고생 많았다, 수고했다. 스위스까지 다녀오느라 고생했고, 글 쓰느라 수고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이 듣고 싶다고 처음부터 정한 게 아니라 여러 피드백을 받다보니 그렇더라는 거지요. “애썼다.” 그 한 마디가 바로 하늘의 위로로 들렸습니다. 책을 내기까지의 모든 피로가 씻겨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수고했다, 고생했다, 애썼다.” 이 마음을 품으면 제가 지나 시간에 말한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할 수 있는 첫 걸음을 내딛게 되지 않을까요? 하늘이 우리에게, 아직은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사랑과 위로의 언어가 바로 이것이기에.


다음 주에 계속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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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작가의 '심상'


제 77 장


하늘의 도는

마치 활에 시위를 메우는 것과 같다

시위가 높으면 내려 누르고

낮으면 치켜 올린다

남는 것은 덜고

모자라면 보탠다.


하늘의 도는

남는 것을 덜어내어

부족한 쪽을 채우는데

인간의 도는

모자라는 것에서 덜어내어

남는 쪽에 갖다 바친다.


그 균형을 맞출 자 누구인가?

오직 도를 지닌 자밖에는 없다.


그러므로

성인은 하고도 자랑하지 않으며

공을 이루고도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며

자신의 현명함을 드러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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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신아연의 영혼의 혼밥 726] 하루보듬 도덕경(77/2장) 수고했다, 고생했다, 애썼다|작성자 자생한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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