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하지 않고 현명함 드러내지 않고

하루보듬 도덕경(77/4장)

by 신아연


성인은 하고도 자랑하지 않으며

공을 이루고도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며

자신의 현명함을 드러내지 않는다.


부족한 곳을 메우고, 모자란 것을 채우며, 남는 쪽을 덜어내어 균형을 맞추는, 그것을 할 수 있는 자가 성인이며, 그렇게 펼쳐진다면 성인정치일텐데, 지상에서는 그런 정치가 없지요. 그런 나라도 없고, 그런 공동체도 없지요(라고 써 놓고는 멈칫합니다).


그렇다면 나의 글쓰기는 뭔가. 옳은 사람이 되어 보겠다고, 참된 사람이 되겠다고, 경건하고, 정결하며, 사랑할 만하며, 칭찬할 만하며, 덕 있는 사람이 되어 보겠다고 날마다 새벽글을 쓰는 나는 뭐하는 사람인가. 그럴 수가 전혀 없다면 차라리 그 시간에 잠을 잘 일이지.


무엇보다 내가 뭐라고 그런 단정을 짓나, 나라까지는 몰라도 본인이 속한 공동체를 위해 온 마음과 온 정성을 바치는 분들이 우리 자생 독자 중에도 계시는데. 그분들과 연대하여 사람을 살리고 영혼을 살리는 일에 미력하나마 나또한 함께 하기로 해 놓고는.


하지 않고도 자랑하며, 어쩌다 작은 공이라도 이루면 악착으로 알아주길 바라며, 그것도 모자라 인증샷까지 찍어야 직성이 풀리는, 일단 목소리부터 높이고 보는, 현명함과는 거리가 먼 정치인들에 대한 환멸 탓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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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성인은 하고도 자랑하지 않으며

공을 이루고도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며

자신의 현명함을 드러내지 않는다.


내가 펄펄 살아서는 노자의 이 말씀이 실천이 안 됩니다. 내가 죽어야 가능한 거지요. 내가 죽었으니 자랑할 것도, 인증샷 찍을 것도, 똑똑한 척할 것도 없잖아요. 내가 죽다니, 어떤 내가 죽어야 한단 말인가요?


자아, 에고가 죽어야 한단 말이지요. 노자적으로 말하면 '유위의 나'는 죽고 '무위의 나'가 살아야 할 수 있는 일이지요. 예수님 식으로 말하면 '옛사람'은 죽고 '거듭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요. 제 식으로 말하면 '혼적' 내가 아닌 '영적' 내가, AM 라디오를 끄고 FM 라디오를 듣는 내가 할 수 있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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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노자는 이 말씀을 남기고 홀연히 존재를 감추지만, 예수님은 세상 속에서 그대로 실천하셨지요.


군중들을 이롭게 하신 후 예수님은 황급히 그 자리를 뜨시지요. 우쭐대며 생색내고 싶어하는 제자들을 얼른 몰아서. 옳고 현명한 말씀도 상대의 수준에서 하시고 못 알아들어도 핀잔하거나 비난하지 않으시지요. 저 같으면 어찌 이리 멍청하냐며 쫑코를 줄 것 같은데.^^


77장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제 글에 사진과 함께 해 주시는 하재열 작가님이 뉴욕에서 개인전을 엽니다. 10월 20일에서 30일까지. 우리 독자들이 뉴욕까지 차마 가질 못하니 전시 작품을 좀 보여주십사 제가 특별히 요청드렸습니다. 뉴욕 전시장에 걸릴 세계적 작가의 작품을 여기에도 똑 같이 며칠에 걸쳐 올려보겠습니다. 축하합니다, 하재열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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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제 77 장


하늘의 도는

마치 활에 시위를 메우는 것과 같다

시위가 높으면 내려 누르고

낮으면 치켜 올린다

남는 것은 덜고

모자라면 보탠다.


하늘의 도는

남는 것을 덜어내어

부족한 쪽을 채우는데

인간의 도는

모자라는 것에서 덜어내어

남는 쪽에 갖다 바친다.


그 균형을 맞출 자 누구인가?

오직 도를 지닌 자밖에는 없다.


그러므로

성인은 하고도 자랑하지 않으며

공을 이루고도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며

자신의 현명함을 드러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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