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못했지만 승리는 할 수 있는데...

하루보듬 도덕경(78/3장)

by 신아연

어제는 유의미한 전화 통화를 몇 군데 했습니다. 모두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지요. 각기 "아, 신아연이 지금 나하고 통화한 것을 언급하고 있구나." 하실 테지요. 처한 상황이 저마다 다르고, 저와의 인연도 다양해서 제가 마치 이런저런 모양 속에 담긴 물처럼 느껴졌습니다.


통화하면서 계속 저의 내면을 살폈습니다. 상대에게 어떤 틀을 지우고 있는 건 아닌지, 색을 입히며 대화하는 건 아닌지, 나는 상대의 어떤 말에 움찔 반응을 하는지, 어떤 톤에 마음의 파문이 이는지, 오롯이 상대에게 마음의 귀를 기울이는지, 딴청을 피우는지...


그러면서 도덕경 78장을 떠올렸습니다. 물처럼만 살 수 있다면 '인생 역전'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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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흥수 작가


물은 높은 곳, 낮은 곳 가림없이 가고, 어느 모양의 그릇에도 저항없이 담기며, 더러운 것을 묵묵히 씻어내고, 파인 곳을 채워주며, 흘러가다 장애물을 만나도 슥~~ 돌아서 갈 뿐, 왜 내 앞을 가로막냐며 맞대거리하지 않지요. 그러면서 낮은 데로, 낮은 데로 겸손히 흘러가지요.


어제 여기까지 했지요. 그러면서 물의 그러한 속성 때문에 결국에는 모든 단단하고 강한 것을 이긴다고 했지요.


물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물의 본성 때문인데요, 그 본성이란 '이렇다할 본성이랄 게 없는 본성'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물에는 어떤 정체성이 없다는 뜻이지요.


우리는 정체성이 확고한 사람, 개성이 뚜렷한 사람, 자기 주장이 강하고 확신과 신념에 차서 무슨 일을 하건 똑 소리 나는 사람을 좋아하지요. 닮고 싶어 하지요. 그렇게 사는 것을 잘 산다고 하지요.


그런데 물은 정 반대지요. 고정된 자기 모습이 없지요. 그렇기 때문에 물을 이렇게 해보겠다, 저렇게 바꿔보겠다, 이리로 데려오겠다, 저리로 밀어버리겠다 등등, 어떤 변화를 가할 수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

물의 성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물은 무아 (無我)라서 그렇지요. 우리처럼 '나, 나, 나'를 주장하지 않아서 그렇지요. '나'를 주장하지 않으니 이길래야 이길 수 없고, 상처줄래야 줄 수가 없는 거지요. 물 입장에서야 나라고 할 게 없는데 무슨 상처를 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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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흥수


'성공'이 아니라 '승리'입니다. 제가 기독교인이 된 후 마음판에 아로새긴 말이지요. 나는 비록 지나온 생에서 성공은 못했지만, 남은 생에서 승리는 할 수 있다고. 우리가 물 같이만 산다면 삶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노자도 비슷한 말씀을 하시네요.


자, 그런데 말을 끝까지 들어보자고요.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단단한 것을 이기는 것을

세상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없다.


네, 할 수는 있는데, 승리는 성공보다 어렵다고 하시네요. 물처럼만 살면 승리할 수 있지만, 문제는 물처럼 사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거지요. 저의 절망도 여기에 닿아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지질 않습니다...


내일 계속하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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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남 작가



제 78 장


세상에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지만

단단하고 강한 것을 이기는 것 중에

물보다 나은 것은 없다.


그 이유는

물의 성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단단한 것을 이기는 것을

세상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성인이 말하기를

나라의 수치를 감당할 수 있는 이를

나라의 주인이라 하였고

나라의 재앙을 감당할 수 있는 이를

천하의 왕이라고 하였으니

바른 말은 마치 거꾸로 하는 것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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