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언약반(正言若反)

하루보듬 도덕경(78/4장)

by 신아연

오늘은 도덕경 가운데 어렵고도 유명한 구절을 만났습니다. '정언약반(正言若反)', 바른 말은 반대로, 거꾸로 하는 것처럼 들린다는.


도덕경 원문은 시와 같아서 리드미컬하여 읽는 맛이 쫄깃하죠. 가령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단단한 것을 이긴다' 대신, '약지승강, 유지승강(弱之勝強, 柔之勝剛)' 하는 것이 훨씬 맛나죠. 특히 '정언약반'은 원체 유명하니 원문대로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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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작가의 '심상'


나라의 수치와 나라의 재앙을 떠맞고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곧 올바른 지도자라는 말씀인데요, 지도자, 대통령하면 광영을 누리며 극상의 대우를 받는 사람이란 상식과는 반대네요. 수치와 재앙의 담당자, 궂은 일을 도맡아야 하는 자라면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겠지요.


그러므로

성인이 말하기를

나라의 수치를 감당할 수 있는 이를

나라의 주인이라 하였고

나라의 재앙을 감당할 수 있는 이를

천하의 왕이라고 하였으니

바른 말은 마치 거꾸로 하는 것처럼 들린다.


나라까지 갈 것도 없이 공동체의 주인, 가정의 주인, 무엇보다 나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십자가를 통과해야 겠지요. 최악을 맛봐야 겠지요. 노자가 말하는 수치와 재앙을 감당해야 겠지요. 굴욕, 모욕, 창피, 좌절, 배신, 실패, 고난, 고통, 굶주림, 고독, 비난, 비통 앞에 자아가 적나라하게 발가벗겨지고, 무방비로 깨져나가는 것을 철저히 경험하고 통과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영광이 주어지는 거지요. 주인이자 왕이 될 수 있는 거지요.


그것이 곧 부활입니다. 그러니 십자가 없는 부활이 어디 있으며, 진흙 속에서 피지 않는 연꽃이 귀할 리 없고, 바른 말, 옳은 말은 마치 거꾸로 하는 것처럼 시고도 쓸 수 밖에요. 고난(십자가)이 축복(부활)인 거지요.


저는 지금 십자가를 감당하는 중입니다. 영광의 부활을 소망하며. 십자가가 십자가로 끝나면 속된 말로 '개죽음'이지만 십자가 뒤에는, 십자가를 제대로만 지면 반드시 해피앤딩임을 믿으며.


78장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아, 어제가 독도의 날(10월 25일)이었지요. 일본의 만행으로 멸종된 독도 바다사자, 강치를 의인화한 슬프고도 아름다운, 제가 생명소설이라 이름붙인 『강치의 바다』를 기억해 준 독자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 소설을 영어판과 독일어판으로 내기를 소망합니다. 영어판은 이해하겠는데 왠 독일어판? 그건 제 손자가 반 독일 아이라 그렇습니다. 손자에게 할머니의 책을 읽어주고 싶은 거지요. 영문, 독문 모두 맞춤한 번역자를 만날 수 있도록, 비용이 마련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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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치의 바다 저자신아연출판책과나무발매2017.08.15.


뉴욕에서 개인전을 연 하재열 작가님이 뉴욕을 보여 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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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제 78 장


세상에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지만

단단하고 강한 것을 이기는 것 중에

물보다 나은 것은 없다.


그 이유는

물의 성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단단한 것을 이기는 것을

세상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성인이 말하기를

나라의 수치를 감당할 수 있는 이를

나라의 주인이라 하였고

나라의 재앙을 감당할 수 있는 이를

천하의 왕이라고 하였으니

바른 말은 마치 거꾸로 하는 것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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