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계기로 신을 만났나요?

영혼의 PT(21)

by 신아연

"신아연 씨가 기독교를 받아들인 계기가 매우 궁금합니다. 언제 직접 만나서 듣고 싶네요. 9남매 중에 유일하게 믿지 않는 나로서는 그것이 무척 궁금한 거지요."


어제 제 책을 읽었다는 독자로부터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에는 제가 극적으로 회심한 내용이 나옵니다. 이후 지남철에 못이 딸려가듯 예수님에게만 끌려갑니다. 제가 잘 부르는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이란 현철과 벌떼들의 노래 '제목'처럼. ^^ 물론 노랫말처럼 가지 말라고 애원했건만 못 본 채 떠날 분이 결코 아니시죠, 예수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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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oJoo41, 출처 Pixabay



대사를 지낸 고위 공직자인 그 독자는 제게 니고데모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많은 것을 누렸고 지금까지 누리고 계시는, 세상적으로 부족한 것이 없는 분이니까요. 물론 그분이 니고데모처럼 밤에 몰래 찾아와 제게 거듭나는 법을 묻고 계시는 건 아니지만.


우리 방의 또 한 분도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책을 읽는 내내 기대했습니다. 신 작가의 회심 계기를, 신을 받아들인 순간을 알 수 있을까 하고요."


두 분 모두 제가 거듭난 것이 궁금하신 거지요. "너는 어떻게 AM 세계에서 FM을 수신하게 되었니?"라고 묻는 거지요. 그럼 이제 제가 답할 차례인가요?


그런데 솔직히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그 이유를 댈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냥 그렇게, 나도 모르게 기독교인이 되었다고 할 밖에는. 소위 글을 쓰는 사람이, 언어를 논리적으로 다루는 것이 직업인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고요?


그래도 하는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거듭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세계라고 예수님도 말씀하시지 않습니까.


거듭난다는 것은 '혼의 세계'에서 '영의 세계'로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입니다. 영안(靈眼)이 열린다는 의미입니다. '혼안'이란 말은 없지만, 육안이 곧 혼안이니까, 혼안, 육안으로만 살다가 영안을 갖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혼의 세계는 이성과 논리, 머리로 이해되는 세계이고, 영의 세계는 이성과 논리를 초월하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가 아닌 직관으로 파악되는 세계입니다. 그러니 이성적으로 아무리 제게 물어도 제가 할 말이 없을 밖에요. 이성적으로는 저도 모르겠으니까요, 제가 왜 하나님을 믿게 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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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ralt, 출처 Pixabay


단, 등이 시리고 배가 고팠기 때문에, 마음이 아팠기 때문에, 목이 말라서 물을 찾아 헤맸기 때문에, 두렵고 외로웠기 때문에, 갈 길을 몰라 방황했기 때문에, 미래가 불안했기 때문에, 호주의 아이들이 보고 싶었기 때문에 몸부림을 치는 중에, 그런 제가 불쌍해서, 측은해서, 가엾어서 하나님이 찾아오신 거라고 밖에는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그러기에 고난이 축복인 거지요.


그런 모든 혼적인 고통은 영적으로 밖에는 해결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주신 건데요, 그런데 저와 똑같이 갈급한 상황에 있다고 해서 누구나 하나님을 만나는 건 아니지요. 하물며 등 따숩고 배 부른 사람이 하나님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마음이 가난하거나, 몸이 가난하거나, 관계가 가난하거나, 돈이 가난하거나 여하간 뭐든 한 가지는 가난해야 하나님을 만날 조건이 되는데, 저처럼 '토탈 가난' 할 때 하나님을 만날 계기가 가장 높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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