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진혼곡

하루보듬 도덕경(79/1장)

by 신아연

주말, 휴일 잘 보내셨습니까. 오늘은 늘 하던 인사조차 두렵고 무겁네요. 일상이 거꾸러진 주말, 휴일이었으니까요. 차라리 코로나 상황이었다면,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하는 상태였다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테지요. 좋은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것이 언제나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 월요일입니다.


30년 전 호주에 이민 갔을 때 핼러윈이란 걸 처음 접했습니다. 10월 마지막 날, 그러니까 오늘,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한 동네 꼬마들이 문을 두드리면 들고 온 자루에 사탕이나 과자 부스러기를 넣어주곤 했는데, 그때 제 큰 애도 그런 장난을 하고 다녔드랬지요. 그게 다였어요. 모처럼 동네 아이들 얼굴을 볼 수 있는 귀여운 날이었지요.


저는 두 가지 점에서 놀랐습니다. 언제부터 그런 서양 문화가 우리나라 젊은이들 사이에 크나큰 행사가 되었으며, 꼬마들의 앙증맞던 장난이 어쩌다 그렇게 확산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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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제 예술의 전당에서 2022년 서울국제음악제 폐막 콘서트를 관람했습니다. 10월 22일부터 30일까지 열린 올해 음악제 주 테마는 '기도'였고, 마지막 날인 어제는 참으로 공교롭게도 '죽은 자를 위한 기도'가 주제였습니다.


이태원 참사를 예견이라도 한 듯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의 혼신의 힘을 다한 진혼곡이 울려퍼졌습니다. 콘서트 시작 전, 연주자와 객석을 빼곡이 메운 관객 전원이 1분 간 묵념을 올린, 그야말로 장중한 애도의 시간이었습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아직 살아있는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이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도덕경도 큰 틀에서는 생명을 살리자는 노자의 목소리니까요.


79장입니다. 같이 읽어볼까요?


큰 원한이 있으면

화해를 해도

반드시 그 찌꺼기를 남기니

어찌 잘 했다고 할 수 있으랴.


그래서 성인은

빚문서(좌계)를 가지고 있지만

독촉은 하지 않는다.


덕이 있는 자는 문서를 지니고만 있고

덕이 없는 자는 기어이 빚을 받아내고야 만다.


하늘의 도는 편애가 없어

언제나 착한 사람과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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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작가의 '심상'



원한이 맺힌 사람하고는 아무리 잘 풀었다 해도, 최선을 다해 화해를 했다해도 앙금이 남기 마련이지요. 더 이상 서로 언급은 안 한다해도 만날 때마다 찝찝하지요. 애초 원한을 품지 않는 것이 제일 좋겠는데 그러려면 무위할 수밖에 없겠지요. 근데 그게 또 쉬운 일이 아니지요.


원수가 된 후에 그 원수를 사랑하는 것보다 아예 원수를 만들지 않는 것이 낫다는 말인데요, 그걸 누가 모르나요? 살다보니, 어쩌다보니 원수가 되어 있는 거잖아요. 그렇다해도 원수를 최소화할 수는 있을 거잖아요. 어떻게? 내일 계속 말씀 나눠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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