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보듬 도덕경(79/2장)
어제 한 독자께서 돈을 빌려줬으면 반드시 받아야지 무슨 이런 공자 말씀이 있냐고 하셨습니다. 오늘 살필 내용을 미리 보신 거지요. 그래서 제가, 공자 말씀이 아니라 노자 말씀이며, 빌려 준 돈을 악착같이 돌려 받지 않는 건 우리 얘기가 아니라 성인들 얘기라고 했지요.^^
돈에는 누구나 민감하기 마련이라 이분은 예습까지 하셨나 봅니다. ㅎㅎ
어제, 원수 맺지 않는 것에 대해 말했지요. 그 한 예로 오늘은 돈으로 원수지지 않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그래서 성인은
빚문서(좌계)를 가지고 있지만
독촉은 하지 않는다.
'좌계를 갖는다', 무슨 뜻일까요? 요즘 말로 '차용증서'를 의미하는데요, 노자 당시에는 돈을 꿔 줄 때 대나무 조각에다 액수, 상환일 등을 적어 이것을 두 쪽으로 잘라 오른쪽(우계)은 채권자가, 왼쪽(좌계)는 채무자가 보관했다고 해요. 그러니까 '좌계'를 가진 자가 빚을 진 자고 '우계'를 가진 자가 빚을 받을 자인 거죠.
그런데 성인은 돈을 빌려주고도 우계(채권자)를 보관하는 게 아니라 좌계(채무자)를 집는다고 하네요.
돈을 빌려 준 쪽이 오히려 채무자라니요? 진짜 웃기는 셈법이지요. 그러나 성인은 그렇게 한다 이 말씀인 거죠. 돈을 빌려주고도 오히려 돈을 빌린 것처럼 생각하니 빚독촉을 할 리가 없지요.
현실에서 그런 사람이 어딨냐고요? 오늘 노자 말씀은 영 아니라고요?
저는 그런 사람을 아주 가까이에서, 그것도 매주 한 번씩(마침 오늘) 만납니다. 8년 째 저의 후원자이자 글을 함께 쓰는 분인데요, 지금까지 지인, 친구, 단체들에게 빌려 준 돈이 몇 억원에 이르지만 한 번도 돌려달라고 한 적 없고, 빌려 준 사실조차 마음 속에서 정리한 후 모두 잊어버렸답니다. 이분이야 말로 '좌계를 잡은 분' 아닌가요?
저도 몇 달 전에 이분께 100만원을 빌렸습니다. 신아연은 수중에 100만원도 없냐? 하실테지만, 아주 급하면 그럴 때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놀란 것은 단 1초 만에 알았다고 하시는 겁니다. 저를 뭘 믿고. 이번에도 돌려 받을 생각을 안하신 걸까요? 저는 물론 약속한 날짜에 갚았습니다만.
이런 제 주제에 지난 해에는 제가 100만원을 누구에게 빌려준 적이 있습니다. 그 달치 생활비를 닥닥 긁어도 90만원 밖에 안 되어서 실제로는 그것밖에 못 줬지만. 한 보름 있다가 10만원 이자를 붙여 100만원을 돌려주는 거예요. 제가 무슨 사채업자도 아니고 당연히 90만원만 돌려 받았지요.
이런 일들이 현대판 좌계 잡기 아닌가요?
돈 이야기를 하면 가슴이 쓰라리거나 한 구석 떳떳지 않은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내 자신이 성인의 마음을 내야 할 경우도 있고, 상대에게 성인의 마음을 내 주십사 읍소할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살다보면 기꺼이 좌계를 잡을 때도 있고, 부디 좌계를 잡아주십사 간청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원한관계를 맺지 않으려면, 특히 돈으로 원수되지 않으려면 좌계를 잡는 마음으로 하라는 건데요, 이게 보통 사람으로선 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ㅜㅜ
내일 다시 뵐게요.
고맙습니다.
김신광 / 자생한방병원
제 79 장
큰 원한이 있으면
화해를 해도
반드시 그 찌꺼기를 남기니
어찌 잘 했다고 할 수 있으랴.
그래서 성인은
빚문서(좌계)를 가지고 있지만
독촉은 하지 않는다.
덕이 있는 자는 문서를 지니고만 있고
덕이 없는 자는 기어이 빚을 받아내고야 만다.
하늘의 도는 편애가 없어
언제나 착한 사람과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