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보듬 도덕경(80/1장)
어제 저로 인해 여러분께 심려를 끼쳤습니다. 밤에 쓴 연애편지를 아침에는 찢어버리듯이, 새벽에 쓴 글을 적당히 폐기하지 못한 제 불찰입니다. 무슨 일이 있냐는 걱정스러운 문안문자와 전화가 (빗발까지는 안 쳤지만) 걸려와 아차 싶었지요.
새벽에 혼자 글을 쓸 때는 일기장의 독백처럼 마음을 고스란히 내 놓을 수 있지만, 그 글이 전달되고 나면 일기장이 공개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매번 잊게 됩니다.
그럼에도 같은 짓을 반복하는 것은 바보도 아니고 '관종'이라서도 아닙니다. 그것이 곧 글이 갖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에서 밀려 올라오는 글 대신, 남에게 멋있게 보이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이 더 바보고 진짜 관종이지요.
똥누기로 치면 제 힘으로 못 누고 관장하는 것과 같아요. 쓰고 싶은대로 쓰고 나면 시원하게 배설을 한 느낌이지만, 보여주기로 쓰는 것은 똥이 안 나와 관장하는 것 같다니깐요.
그 힘에 의지하여 지난 시간을 견뎠습니다. 남편의 폭력을 견뎠고, 아이들의 방황을 견뎠으며, 괴롭고 지난했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후엔 배고픔과 외로움을 견뎠습니다. 이제는 잘못된 만남과 어리석은 선택으로 인한 쓴 열매를 거두고, 삶의 마무리와 머지 않아 닥칠 죽음도 글과 함께 견뎌내야 합니다.
여러분은 무엇에 의지하여 살아가십니까? 돈과 함께 인가요? 명예와 권력과 함께 인가요? 이 방에 대한민국 사람 전부가 다 아는 유명 연예인도 몇 분 계시지만 인기와 함께 인가요? 건강과 함께 인가요? 가족과 함께 인가요?
위에 열거한 그 무엇과도 함께할 수 없는 저로선 '글과 함께'라고 했지만 그것을 가능케 하는 힘을 생각해 봅니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책과 함께'일까요? 절대 아니지요. 인문주의, 인본주의자로 살 때는 그랬습니다. 읽은 책이 쌓여갈수록 삶도 고고해지는 줄 알았으니까요. 고고는 커녕 오만하고 교만해지기만 했지요. 목이 곧은 사람이 되어 갔지요.
이제는 '신과 함께'입니다! 그것이 제 글에 대한, 제 삶에 대한 근원적 힘입니다.
저는 어제 기도자리에 나가 펑펑 울었습니다. 절망으로 헐벗은 곤고한 이 인생에 온기와 평강과 하늘의 위로와 부활의 소망을 주십사 눈물로 매달렸습니다. 부디 나를 내려놓고, 나를 부인하고, 내 십자가를 기꺼이 지게 해 주십사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습니다.
오늘 저는 또 한번 눈물 짓습니다. 이제 80장, 81장 두 장을 남겨놓고 노자의 고별사를 마주하면서.
80장은 위정자를 향해 국가를 이렇게 경영하라고, 81장은 개인을 향해 삶을 이렇게 살아가라고 따듯하고도 결연하게 당부하고 있습니다.
저는 도덕경의 마지막 두 장을 읽을 때마다 가슴에 눈물이 맺힙니다. 국가와 개인에 대한 노자의 이상이 너무나 소박해서,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 오만해서...
80장을 읽어보고 오늘은 이만 마치지요. 저는 특히 마지막 구절에서 어김없이 코끝이 찡합니다. 왠지 모르게 그래요...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하재열 작가의 '심상' / 뉴욕 센트럴 파크의 단풍
제 80 장
나라가 작고 백성이 적으면
기계가 많이 있어도
쓸 일이 없고
백성 죽음을 중히 여겨
멀리 이사가지 않게 한다.
배와 수레가 있어도 탈 일이 없고
갑옷과 무기가 있어도 진 칠 일이 없다.
다시금 노끈을 매어 쓰도록 하고
먹던 음식을 맛있게 여기며
입던 옷을 만족스레 여기며
지금의 거처를 펀하게 여기며
익숙한 풍속을 즐기게 하라.
이웃나라가 서로 바라다 보이고
닭 울고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리지만
사람들 늙어서 죽을 때까지
피차 왕래하는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