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국과민(小國寡民)

하루보듬 도덕경(80/2장)

by 신아연

저는 지난 월요일에 목동 출입국외국인청에서 한국체류 연장을 했습니다. 2013년 첫 체류허가증을 발급받은 후 매 3년마다, 올해로 세 번째 갱신을 했습니다. 만 65세가 되면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 한국과 호주 이중 국적자로 살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전에 호주로 돌아가게 될지, 아주 한국에서 살지 저도 모를 일입니다.


도덕경 80장에 비춘다면 바람직하지 못한 생활을 하는 거지요, 제가. 노자께서는 멀리 이사하지 않으며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하시니까요.


소국과민(小國寡民), 노자의 국가론입니다. 작은 나라와 적은 백성을 지향하는 국가관인 거지요. 어디가서 도덕경 좀 읽었다고 잘난 척 하려면 소국과민은 꼭 알고 계셔야 합니다.^^


나라가 작고 인구가 적은 이상사회, 오늘날로 치면 노르웨이, 덴마크 같은 북유럽 국가들을 꼽을 수 있겠지요. 노자는 춘추전국시대의 피비린내나는 땅따먹기와 다른 나라를 쳐서 인구 불리기에 환멸을 느끼며 제발 좀 그대로 만족하며 살 수는 없냐며, 요즘말로 하면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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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작가의 '심상'


나라가 작고 백성이 적으면(小國寡民)

기계가 많이 있어도

쓸 일이 없고

백성 죽음을 중히 여겨

멀리 이사가지 않게 한다.

배와 수레가 있어도 탈 일이 없고

갑옷과 무기가 있어도 진 칠 일이 없다.


그렇게 작은 나라, 적은 백성 사이에는 기계, 즉 각종 문명의 이기를 최소화 하여 인위를 지양하며 자연스러운 무위의 삶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 사회 구성원의 생명이 제대로 보호받고 존중될 테지요.


내 나라에서 사는 것이 오손도손 즐겁고 등 따숩고 배 부른데, 구태여 다른 살 길을 찾아 이민길에 오를 필요가 없으니 배나 수레 같은 교통 수단, 지금으로 말하면 항공기가 뜰 일이 거의 없겠고, 내 영토에 만족하여 정복전쟁을 하지 않으니 병영도 한가하여 갑옷과 무기가 있으나마나한 평화로운 사회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요?


무한경쟁으로 반생명적 현상이 익숙해지다 보니 냉장고나 세탁기 등 가전제품이나 물건의 성능과 가능을 표시하던 '스펙'이란 말이 사람에게도 버젓이 라벨로 붙게 되었지요. 한국 사회는 한 술 더떠서 '외모스펙'까지 가세, 못 생긴 사람을 기죽이거나 잘 생긴 사람 기를 살리지요.


저도 어쩌다 신문 잡지 등에 인터뷰라도 하게 되면 내용보다 사진에 그렇게 신경이 쓰일 수가 없는 거에요. 예쁘지도 않으면서 예쁜 척 하느라.^^ 두 시간 가량 촬영해서 한, 두 컷 '건지는' 것이니 제 외모로는 최대치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게 그 정도입니다.


그 정도? 무슨 정도? 요즘 제가 프로필에 사용하고 있는 사진들 말이에요.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를 내고 월간지 <브라보마이라이프>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찍었습니다. 거기에 보정 등 이른바 '뽀샵세례'가 베풀어지니 '뽀샵은 나의 힘'이 되는 거지요. 제 진짜 얼굴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사기수준이라고 할 밖에요. ㅎㅎ


또 사기 한 번 쳐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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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0 장


나라가 작고 백성이 적으면

기계가 많이 있어도

쓸 일이 없고

백성 죽음을 중히 여겨

멀리 이사가지 않게 한다.

배와 수레가 있어도 탈 일이 없고

갑옷과 무기가 있어도 진 칠 일이 없다.


다시금 노끈을 매어 쓰도록 하고

먹던 음식을 맛있게 여기며

입던 옷을 만족스레 여기며

지금의 거처를 펀하게 여기며

익숙한 풍속을 즐기게 하라.


이웃나라가 서로 바라다 보이고

닭 울고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리지만

사람들 늙어서 죽을 때까지

피차 왕래하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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