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마칩니다!

하루보듬 도덕경(81/4장)

by 신아연


주말, 휴일 잘 보내셨습니까. 이제 겨울이 되려나 봅니다. 올가을은 오징어 뒷다리 씹듯이 잘근잘근 다 찾아먹은 느낌이지요? 9, 10, 11월을 꽉 채운 길고 깊은 가을이었습니다. 모처럼 아쉬움 없이 겨울에게 자리를 내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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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는 3년 만에 시청 앞 서울 도서관엘 갔습니다. 코로나 이후 처음입니다. 감회가 새롭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봅니다. 문 닫을 시간 무렵, 고즈넉한 도서관에서 10년 전을 떠올렸습니다.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없어 김밥 한 줄 사서 도서관 한 구석에 틀어박혀 온종일 책을 보다, 손바닥만한 방에 돌아와 라면 하나 끓여먹고 쓰러져 자던 세월이었습니다.


마치 난민처럼 계획도 희망도 없던 때 저를 살린 것은 인문학의 힘이었습니다. 그때 읽었던 책이 시나브로 살과 뼈가 되어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김밥과 라면으로 연명하고도 지금 노자니, 장자니, 공자니, 맹자니 읊을 수 있는 것은 인문 정신의 승리입니다.


성인은 쌓아두지 않기 때문에

있는 것으로 남에게 베풀지만

그럴수록 더욱 많이 있게 되고

있는 것을 남에게 내어주되

그럴수록 더욱 많아진다.


제게는 그때가 오늘 구절을 떠올리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성인들과 더불어 지낸 시간, 비록 배고팠지만 정신만은 형형했던 시간, 성인들의 베품 덕분이었지요. 고전의 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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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vnatalia, 출처 Pixabay


"작가님, 정말로 고심하고 고심한 후 결단했어요. 하나님을 믿으며 살아가려고요. 오늘 초대 받아 교회에 갑니다. 작가님이 하나님을 믿으셔서 더욱더 믿음이 갑니다. 작가님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어제 마침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도 새가족 전도집회를 했는데, 시작 직전, 어느 독자의 메시지가 날아들었습니다. 가슴에 박하사탕 같은 감동이 번져나갔습니다. 내가 만난 하나님이 나로 인해 전해졌다는 감동이. 지나가는 말로 그 독자에게 딱 한 번, 하나님을 믿으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이 씨가 되었던 거지요!


도덕경을 적용하여 말한다면


하늘의 도는

이롭게 할 뿐 해롭지 않고

성인의 도는

베풀되 다투지 않는다.


고 할까요? 하늘이 그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좋은 것으로 베풀었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해롭지 않고, 절대 다투지 않는 방식으로.


도덕경을 이제 마칩니다.


2020년 6월 22일부터 오늘 2022년 11월 28일까지, 2년 반에 걸쳐 달려 온 노자 도덕경, 그 바통은 이제 새해에 장자가 받게 됩니다. 노자가 무위자연에 관한 압축 파일이라면 장자는 그 압축을 풀어보여 주기에 훨씬 재미있고 쉬운 여정이 될 것입니다.


그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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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1 장


믿음직한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믿음직하지 않다.

선한 사람은 변론하지 않고

변론하는 사람은 선하지 않다.

아는 사람은 박식하지 않고

박식한 사람은 알지 못한다.


성인은 쌓아두지 않기 때문에

있는 것으로 남에게 베풀지만

그럴수록 더욱 많이 있게 되고

있는 것을 남에게 내어주되

그럴수록 더욱 많아진다.


하늘의 도는

이롭게 할 뿐 해롭지 않고

성인의 도는

베풀되 다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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