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장자(10)
제가 접하는 분들은 예수, 장자 등 너무 큰 분들이라, 지금까지 존재했던 인류 가운데 가장 위대한 분들이라 저의 실존과는 그림자도 스칠 일이 없지만, 그분들도 한때 이 세상을 살면서 인간으로서의 고난과 좌절을 겪고 고통과 고뇌의 시간을 살아낸 후, 인류의 가슴에 영원히 남아 위로와 희망을 주고 있음을 붙잡습니다.
우리 중 누가 고생해도 장자만큼 했으며, 고난을 받아도 예수만큼 받았을까요. 그 고생과 고난의 끝에는 자유가,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무한한 자유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중 누구도 그 무한의 자유에는 도달할 수 없겠지만 이 분들이 구가한 자유의 본질을 들여다 볼 수는 있겠지요. 장자가 추구한 그 무한한 자유에 관한 이야기, 오늘도 한자락 들어봅니다.
장자는 속된 말로 ***이 찢어지게 가난했지요. 그런데 ***에 빗대어 오히려 저급한 부자를 빈정댑니다. ***이란 '똥구멍'이지요.^^
장자가 살던 송나라의 조상이란 사신이 진나라에 다녀오면서 하사품으로 수레를 백 대나 받아와 장자를 노골적으로 모욕했다. "낡아빠진 누추한 행색에다 짚신을 삼느라 누렇게 뜬 얼굴, 비쩍 마른 몰골이라니!"
지금으로 말하면 고급 세단을 백 대나 받았으니 한 대라도 주면서 동정이든, 놀림이든 할 일이지, 참 못된 사람입니다. 그러나 순발력 있게 '수레바퀴에 빠진 물고기'이야기를 지어 상대에게 '쫑코'를 준 우리의 장자가 이번에도 기상천외한 말로 받아칩니다.
"내가 알기로 진나라 왕이 병이 나서 의원을 불렀는데 종기를 터뜨려 고름을 빼주면 수레 한 대를, 입으로 빨아서 낫게 해주면 수레 다섯 대를 준다고 합디다. 더러운 곳을 입으로 빨면 빨수록 수레를 많이 준다고 하던데 수레를 백 대나 받은 당신은 도대체 어디를 빨았단 뜻인가? 왕의 치질 걸린 똥구멍이라도 빨아 준 게 아닌가 싶네."
'세상의 부귀영화란 권력자의 똥구멍에서 치질을 빠는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장자.
권력의 속성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으니, 권력 언저리에 기웃대는 무리 중에는 권력자 똥구멍을 빨 기회가 없어서 한이지, 빨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빨겠다는 사람이 줄을 선 건 아닌지요. 그렇게 영혼을 팔아 산 권력이라면 수치도, 모욕도 느끼지 않는 게 당연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