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동행일기(6)
도박에 중독된 엄마로 인해 어려서부터 방황하던 아들이 하나님의 은혜로 목사가 되는 신앙간증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사우디에 돈 벌러 간 사ㅣ 아내가 바람나 자녀 셋과 함께 모진 고초를 겪은 남편이 다른 남자 사이에서 난 아이까지 받아들이며 13년 만에 재결합하여 부부 선교사가 되는 신앙수기를 읽었다.
목사아들은 결혼하여 자녀까지 둘 있지만 늙은 모친의 도박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는 고백한다. 어머니의 도박이 자신을 목회자의 길로 이끌었다고. 모친의 망가짐이 오히려 아들 영혼 구원의 동력이 된 것이다.
부부 선교사 사이에는 정신 분열증 아들이 있다. 전교 1등을 도맡아 할 만큼 영민했으나 가정이 붕괴되자 아들의 정신마저 붕괴됐다. 청소년 시절 엄마의 가출 충격이 그토록 컸던 것이다.
이런 간증을 접할 때마다 의문이 든다. 하나님은 사람을 차별하시나 하고. 도박에 찌든 목사 엄마의 영혼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 아들을 목사 만들자고 엄마를 도박으로 희생시키면 그 엄마의 인생은? 하나님 앞에 더 중하고 덜 중한 영혼이 있을 리가 없건만 왜 아들의 영혼은 구하고 엄마는 그냥 두실까. 물론 하나님이 그 엄마를 도박에 중독시킨 건 아니지만.
'도박엄마'는 자기 잘못이니까 그렇다 쳐도, '바람엄마'의 아들은 무슨 죈가. 착실하기 짝이 없던 아이가 부모 잘못으로 정신병자가 되어 인생을 망쳤는데 하나님은 그에게 어떤 처방을 갖고 계실까. 부모는 하나님 믿게 해 놓고 가혹한 운명의 수레바퀴 아래 깔린 그 자녀는 그대로 희생시키시려는 걸까.
물론 하나님은 쉬지 않고 일하신다. 인생이 아니기에 실수도 오차도 없다. 우주와 인류의 거대한 역사를 주관하실 뿐만 아니라 저 후미진 곳, 나약한 인간의 세미한 숨소리도 놓치지 않으신다.
그러기에 신림동 고시촌 3평 방에서 혼자 신음하던 나도 찾아내셨지 않나. 학철부어처럼 주변의 도움으로 숨은 붙어 있는데 영혼이 질식하기 직전, 절묘한 타이밍에 하나님은 나를 만나 주셨다. 죽음의 늪에서 끄집어 올리셨다. 그처럼 도박중독 노모도, 정신병 아들도 하나님의 때에 만나 주실 테지...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다.
요즘도 그런지 모르지만 예전 회사에는 세 가지 서류함이 있었다. '기결, 미결, 보류'라는. 그러니까 하나님의 서류함에서 도박 엄마와 정신병 아들의 구원은 미결이거나 보류 상태인 것이다. 어떤 순서로, 무슨 이유로 그렇게 하시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데 미결이나 보류함에 있다가 영원히 폐기당하는 서류가 있는 것처럼 하나님 집무실의 서류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내 영혼구원서류에는 하나님의 직인이 찍혔다. 기결된 것이다. 얼마나 안도하고 감사할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