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동행일기(7)
지난 일기에서 우여곡절 끝에 나는 예수님의 '기결' 도장이 찍혔지만, 미결자나 보류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썼다.
남편이 사우디에 돈 벌러 간 사이 아내는 바람이 났지만 결국 그 둘을 13년 만에 재결합시키면서 예수 믿게 해놓고 죄 없는 자식은 정신이상자로 희생되는, 자식은 목회자로 부르시면서 그 어미는 도박중독자로 늙게 하는 이 비극적 시추에이션들이 다 뭔가 하면서.
어떤 사람의 영혼은 기결함에, 또 어떤 사람은 미결이나 보류함에 두시는 이유가 뭘까.
나의 이런 의문에 대해 독자 목사님을 통해 예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게 너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그건 내가 알아서 할테니 기결이 난 너는 그냥 나를 따르라고.
예수님께서 내게 "너나 잘 하세요."하신 것이다. 요한복음 21장 22절 말씀으로.
예수님이 나처럼 베드로에게 '기결' 도장을 찍자 베드로가 궁금해 했다. 옆에 있는 요한은 어떻게 되냐고. 물론 요한도 기결된 영혼이지만 베드로는 요한이 어떻게 쓰임받을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때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그게 왜 궁금하냐시며 다른 사람은 신경쓰지 말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판단하지도 말고 너는 너한테 맡겨진 일만 하면 된다고 하신 것이다.
학교 다닐 때 100 미터 달리기를 할 때 뒤를 힐끔힐끔 보면서 달리는 애들이 있었다. 뒷사람과의 거리를 재보는 것이다. 그때 든 내 생각이 '앞만 보고 달리기도 바쁜데 쟤는 참 한가하기도 하지' 였다. 그러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결국 뒤처지고 만다.
내가 딱 그짝이다. 예수님이 알아서 하실 일에 내가 왜 힐끔거리는지...
호주에 살 때 몰티즈 강아지를 두 마리 키웠다. 정기적으로 털을 깎아줘야 했는데 (안 그러면 털이 뭉쳐 피부염이 생기니까) 털 깎으러 가는 날은 생 난리가 났다. 미용실 앞에서부터 바들바들 떨면서 내 품에서 안 떨어지려고 필사적이었다. 자기들이 죽으러 가는 줄 아는 것이다. 털을 안 깎으면 죽는 줄을 모르고.
나는 정말 두 녀석을 사랑했지만, 아니 정말 사랑하기에 털을 안 깎아 줄 수 없었던 것인데 '깎으면 살고 안 깎으면 죽는다'는 걸 걔네들에게 납득시킬 방법은 없었다.
하나님도 그럴 것이다. 인간이 아무리 하나님의 형상을 갖고 있다고 해도 하나님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인간이 다 알 수 있다면 하나님도 아니다. 하나님하고 맞장 뜨자는 것밖에 더 되나.
나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결재가 났다. 결재도장이 찍힌 영혼으로서 다른 영혼들에 한눈 팔지 않고 죽는 날까지 예수님이 내게 맡기신 일에 순종하기로 다짐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