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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는 빈 배처럼

왕따 장자(19)

by 신아연


주말, 휴일 잘 보내셨습니까. 저는 평소처럼 카페에서 책을 읽었는데 데자뷰 현상처럼 전에 겪었던 일을 겪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제 책 『좋아지지도 놓아지지도 않는』을 펼쳤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로 장자 진도를 빼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책을 읽을 수만 있다면, 건강과 여건이 허락하여 죽을 때까지 책을 읽을 수만 있다면 여생에 다른 욕망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정말이지 저는 책 읽는 걸 좋아합니다. 어쩌다 휴대 전화는 놓고 나가도 가방에 책이 없으면 외출 자체가 안됩니다. 책에 대한 이야기는 내일 좀 더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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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veryanka, 출처 Pixabay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잠시 고개를 든 순간, 엄마 품에 안긴 맞은 편 아기와 눈이 마주쳤다. 아기는 뚫어져라 나를 쳐다본다. 나는 아기를 향해 웃어주었다. 만약 어떤 성인이 나를 그런 식으로 쳐다봤다면 불쾌하거나 두려웠을 텐데 같은 행동을 아기가 했을 때는 왜 웃게 되는 걸까.



문득 장자가 한 말이 생각났다.



배로 강을 건너고 있을 때 빈 배가 다가와서 부딪혔다면 아무리 성질이 급한 사람이라도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배에 사람이 타고 있으면 피해 가라고 하거나 물러나 달라고 소리를 지를 것이다. 한 번에 못 알아들으면 더 크게 소리칠 것이며, 그래도 못 들으면 급기야 화를 내고 욕설까지 할 것이다. 맨 처음에는 화를 내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왜 화를 내고 욕을 할까. 처음에는 빈 배였지만, 나중에는 사람이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도 빈 배처럼 자신을 텅 비게 하고 산다면 그 누가, 그 무엇이 그에게 해를 끼칠 수 있겠는가.



그랬다. 아기는 빈 배와 같았던 것이다. 세상 경험을 시작하기 전의 아기는 그대로 빈 배와 같았기에 나도 아무런 경계심이나 의심 없이 텅 빈 마음으로 그 눈길에 웃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삶은 결코 빈 배일 수가 없다. 매순간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 잣대는 나의 주관이다. 나의 고정관념, 나의 편견, 나의 자기중심성이다. 즉, 나를 기준으로 외부를 볼 수밖에 없으니 타인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대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인간관계에 갈등이 생겼을 때, 내 입장에서는 내가 옳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그가 옳다는 걸 인정하는 정도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기껏해야 그 정도 밖에는.


/ 신아연 『좋아지지도 놓아지지도 않는』 책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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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신아연의 영혼의 혼밥 789] 왕따 장자(19) 관계는 빈 배처럼|작성자 자생한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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