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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도대체 왜 이러나요?

왕따 장자(22)

by 신아연


<장자>는 '마음 백서'라고 했지요. 마음에 의한, 마음을 위한, 마음에 관한 책이라고.




실상은 제가 그렇게 보고 싶은 거지요. <장자>를 보는 시각이 그렇게 흘러갔던 것인데, 제가 장자를 공부했을 때는 호주에서 맨몸뚱이로 돌아와 마음이 가장 힘든 때였고, 마음이 그토록 힘들지 않았다면 온종일 도서관에 처박혀 장자의 위로를 받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그렇게 여러 버전의 <장자>를 '닥치고' 읽으면서 난도질난 마음을 서서히 봉합해 갈 수 있었습니다.




짧지 않은 분량임에도 내용이 전부 머리 속에 들어가 있는 걸 보면 그만큼 제 마음이 요동치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마음이 이럴 때는 장자의 이 말을, 저럴 때는 저 말을 꺼내 자가 위로와 자가 치유를 할 수 있게 된 건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광풍처럼, 지진처럼 걷잡을 수 없이 극과 극을 오갑니다.




저만 그런가요? 아니겠지요. 마음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요. 그래서 믿을 게 못되지요. 가장 믿을 게 못 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니 참 딱한 노릇입니다. 마음 한번 잘못 먹었다가 인생 한 방에 가는 건 일도 아니니까요. 마음을 관리하지 못하면 인생 자체가 롤러코스트에 올라가 있는 형국이지요.




저는 마음이 여리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제가 그런 면이 있지요. 뙤약볕에 아이스크림 녹아내리듯 제 마음이 주체가 안 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모질기가 또한 주체를 못할 때가 있습니다. 혼자 산다는 게, 글을 쓰며 혼자 산다는 게 딴엔 모진 마음이 있어야 살아질 뿐더러 무엇보다 제 전남편한테 물어보세요. 세상 모질고 못된 여자가 저라고 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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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작가의 '심상'





장자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산천보다 험하고 하늘을 아는 것보다 어렵다. 자연은 춘하추동, 아침저녁, 구분과 예측이 가능하지만, 사람은 표정을 굳게 하여 감정을 숨겨두고 있으니. 신중해 보이는 외모지만 마음은 교만한 자가 있는가 하면, 남다른 재능을 가졌음에도 어리숙하게 보이는 사람도 있다. 겉으로 보기엔 느긋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성마른 사람이 있다. 목마른 사람처럼 정의에 불타서 달려가다가도 다른 상황에 처하면 마치 뜨거운 것에서 도망치듯이 정의를 버린다."




흔히 마음을 날씨에 비유합니다만, 날씨 들쭉날쭉한 건 마음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거지요. 날씨나 계절 등 자연의 변화는 예측이 가능하지만 마음은 그게 안 된다는 뜻입니다.




그 사람이 그럴 줄 몰랐다거나,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말은 이제 하지 않기로 해요, 우리. 그 사람도 충분히 그럴 수 있고, 그 사람이 바로 그럴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곧 나 자신이기도 하고요.




'나는 무슨 짓을 할 사람인지 모른다, 무슨 짓이든 나도 할 수 있다'고 아예 인정하면 오히려 그 '무슨 짓'을 안 할 확률이 높겠지요.


[출처] [신아연의 영혼의 혼밥 793] 왕따 장자(22) 내 마음, 도대체 왜 이러나요?|작성자 자생한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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