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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혹시 돼지 몸에 붙은 이?

왕따 장자(21)

by 신아연


주말, 휴일 잘 보내셨습니까. 요즘 저는 밥솥 안에서 쌀이 밥으로 익어가듯 제 인생이란 밥솥 안에서 어떤 완결을 향해 내면이 부글부글 익어가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지난 주말도, 휴일도 그 내면의 밥, 영혼의 밥을 익히고자 공을 들였습니다.



다되어가는 밥에 재뿌리지 않으려면 경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마음과 생각을 지키는 것입니다. 마음은 타인으로 인해 출렁이고, 생각은 스스로에게 휘둘립니다. 다른 사람의 말 한 마디에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며 갈팡질팡하는 것이 마음입니다. 여기에 망령된 생각이 연료가 되어 마음에 불을 붙입니다.



다음달에 저는 제 인생에서 또 한번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됩니다. '거사'를 앞두고 마음과 생각을 잘 다듬어야 합니다. 절제해야 합니다. 집중해야 합니다. 바싹 깨어있어야 합니다.



<장자>는 마음챙김에 관한 책입니다. 어떤 정보나 새로운 지식을 주는 내용이 아닙니다. 마음을 지키고 마음을 내는 최상의 마음지침서인 거지요. 성경에도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고 하지요. 저는 <장자>와 <성경>을 통해 마음을 다듬어 나갑니다.



예수와 장자, 이 두 분보다 더 지혜로운 스승이 있을까요? 조언을 구한답시고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다닐 필요 없습니다. 참고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남의 말 잘못 들었다가는 자칫 신세 망칠 수도 있습니다. 제가 경험이 있어서 하는 말입니다. 신세까지 망치지는 않았지만 엉뚱한 결과로 인해 수습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먹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는 남의 말에 왜 솔깃해 질까요? 안일하고 나태해서 그렇습니다. 내 삶의 주도권을 내가 쥐는 것이 버거워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의지하고 의존할 사람을 찾아 늘 두리번거리는 거지요. 인생에서 이 버릇만 관둬도 크게 성장합니다.



장자는 이런 사람에게 아래와 같은 말을 해 줍니다. 장자답게 기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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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vivace, 출처 Unsplash


"남의 말이나 학설 등, 타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은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안일함에 빠지기 쉽다. 이런 사람은 돼지 몸에 붙은 이와 같다. 돼지의 거칠고 긴 털이 난 곳에 기생하며 그곳을 넓은 궁전이나 큰 뜰로 여긴다. 돼지의 발굽 안쪽이나 젖통, 다리 사이에 파고들어 영원히 제 세상인 양 안락함에 젖는다. 그러나 백정이 일단 팔을 걷고 마른 풀에 불을 지펴 돼지를 구워 먹으려고 그 위에 올려놓는 순간 이도 함께 타 죽게 된다. 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안일함을 탐하는 자의 말로도 이와 같다."



내가 바로 그 '돼지 몸에 붙은 이'는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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