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미녀의 행복한 코로나

by 신아연


이번 주 금요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별식'을 짓기로 했는데 제가 몸이 좀 아프네요.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어제도 글을 쓰지 못했지요.



밤새 코로나와 싸우느라 고열이 나고 온몸이 땀에 절여졌다가 이제 좀 괜찮아졌습니다. 꼭 1년 만에 찾아온 두 번째 불청객, 두 번째 코로나를 맞이하면서 저는 마음까지 약해졌습니다.



제가 마음과 정신으로 이러저러하게 시달리는 것에 비해 몸은 건강한 편입니다. 60년을 살면서 6살 무렵, 홍역을 호되게 앓은 것과 소소한 감기를 제하곤 병치레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아플 때 마음이 약해지는 것에 잘 적응이 안 됩니다.



코로나로 마음이 약해지는 건 아마도 혼자 살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첫 번 코로나 때는 길에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때는 관리가 엄격할 때여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는 안 되니까, 그리고 검사를 해 주는 병원도 제한되어 있어서 폭염 속을 1시간 걸어 병원을 찾아 가느라 뙤약볕 길에서 몇 번을 주저앉았더랬습니다. 차 가진 사람 누가 나를 좀 태워서 병원을 데려가 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이었는데, 정작 코로나 자체는 심하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랬는데 이번 코로나는 동네 아무 병원에서나 검사를 해주고 격리도 해제되어 절차가 한결 수월하네요. 그런데 왜 마음은 더 힘들까요? 예미녀라도 별 수 없네요. ㅠㅠ



어제 글이 안 가니 독자들의 안부가 와서 코로나라고 하니까 카톡으로 회복식을 선물해 오고, 그 길로 당장 제 집에까지 과일과 음식을 가져다 준 분, 코로나 나으면 알찬 보양식 먹으러 가자는 분들, 글을 줄이고 무조건 쉬라는 분, 친절하게 요즘 진료 상황을 알려주고 시간시간 상태를 물어주는 분, 심지어 혼자라서 힘들면 나중에 함께 살자는 친구까지 있었지요. 그 모든 걸 고맙게, 눈물겹도록 고맙게 다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반성했지요. 혼자라는 건 내 생각일뿐, 이렇게 사랑받지 않냐고. 더 어떻게 사랑받냐고. 마음을 여는만큼 더 많은 사랑이 찾아올 거라고. 내가 할 일은 마음을 더 여는 것뿐이라고.



그리곤 깨닫고 결심했지요. 나도 받은 사랑을 되돌려야 한다고. 10년 전 달랑 옷보따리 두 개 쥐고 돈 300만원 갖고, 그나마 100만원은 남 주고, 이만큼 살아갈 때는 모두 주변에서 베풀어주신 사랑이 아니었냐고. 무슨 혼자 용빼는 재주가 있었냐고. 젊기를 하나, 생계수단이 있나. 오직 주변의 도움 덕분에 지금까지 살 수 있었지 않냐고. 그러니 그때도 지금도 혼자가 아니지 않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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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ncerelymedia, 출처 Unsplash





제가 전에 말씀드렸던 '묻지마 4인방' 모임을 이제 곧 시작합니다. 밥과 시간과 마음을 나누는. 밥은 제가 사고 시간과 마음만 갖고 오는 모임이라고 했잖아요.



모임이 구성되어, 제가 동병상련의 친구, 밥 잘 사주는 누나, 똑 부러지게 자기 일 잘 하는 동생을 둔 언니가 되었습니다. '묻지마 모임'이라 하니 느낌이 안 좋다고요? 범죄 냄새가 난다고요?



그래서 우리의 '묻지마'가 소중한 거지요. 우리의 '묻지마'는 묻지말고, 아무것도 묻지말고, 성별도, 나이도, 학력도, 직업도, 결혼유무도, 재산도 묻지 말고 존재 그 자체로 삶과 사랑만 나누자는 취지입니다. 그러니까 '묻지마, 사랑모임'인 거지요.



제 사랑은 '돌려 사랑'입니다. 지난 10년 간 받았던 분들께 그대로 돌려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대신 주변으로 돌리겠습니다.



코로나에 걸렸지만 행복하네요. 이렇게 사랑받으니까요. 여러분들의 사랑을 한번 씩 확인하기 위해 이따금 아플까 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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