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의 뷰스]
'금요별식'시간입니다.
지난 번 강연에서 어느 분이 제게 "상황에 맞는 적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말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임에도..."라고 하셨습니다.
말과 글을 업으로 다루는 제게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말은 무심코 튀어나와서, 글은 생각없이 쓰다보면.
글이야 말할 것도 없고 말도 저는 매순간 의식하며 합니다.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단계까지 의식합니다. 의식의 무의식화라고 할까요.
그래서 저하고 대화하는 것을 지레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마치 앙드레 김 앞에서 옷 못 입었다고 지적당할까봐 겁나는 것처럼, 저같은 '말귀신' 앞에서 말실수할까봐 겁난다면서.^^
카톡이나 문자, 메일 보내기도 주저하게 된다네요. 미인 앞에서 허둥대며 졸아들 때처럼. 맞춤법 틀릴까 신경 쓰이고, 글쟁이 앞이니 최대한 멋있게 표현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니까.ㅎㅎ
제가 왜 그러겠습니까. 저도 똑같이 실수하는데요. 그리고 저는 다른 사람 실수를 지적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제가 뭐라고요. 성경에도 있잖아요. 남을 지적하는 그 지적으로 나도 지적 당하고, 비판받고, 판단받게 된다고.
말이란 게 전염력이 있어서 원하지 않아도, 틀린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따라하게 된다는 게 참 걱정입니다.
가령 '분'의 남발을 매우 거슬려하면서도 저또한 그런다는 거지요. 아래 사례 정도는 아니라해도.
“신고 후 곧바로 경찰분이 오셨어요. 소방관분도 함께요. 의사분도 동행했고요. 옆에는 기자분과 목격자분, 학생분이 서 계셨어요. 피해자분 상태가 걱정됩니다.”
‘역전앞’ ‘처갓집’ 현상이 호칭에도 넘친다.
‘경찰, 소방관, 의사, 기자, 목격자, 학생, 피해자’하면 될 것을 이 무슨 군더더기란 말인가. 제보자분, 시청자분 등 끝도 없이 ‘분’이 이어져 듣기에 여간 고역이 아니다. 압권은 범인분! “범인분이 갑자기 옆에 있던 분을 주먹으로 때리시고 발로 차셨어요.” 아연실색했다.
THEPR신아연의 뷰스 / 언어혼탁 중에서
“왜 무고한 시민을 찌르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속된 말로 이게 말이야, 방구야? 신림동 묻지마 살인범 검거 당시 어느 기자가 물은 말이다. 잔혹한 살인범에게 ‘찌르셨는지’, ‘여쭤봐도’ 등 극존칭이 웬 말인가. 범죄자니까 반말을 하라는 게 아니라 상대와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말을 하라는 거다. 살인범에게 극상의 존대가 격에 맞다고 생각하는가?
“**구에서 목격된 이** 씨(남 75세)를 찾습니다. 173cm, 70kg...” 하루에도 몇 번씩 뜨는 스마트 폰 안내 문자. 이미 목격되었는데 왜 찾을까. 목격된 사람의 가족이나 보호자를 찾는다면 몰라도.
THEPR신아연의 뷰스 / 언어혼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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