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나

신아연의 영혼의 맛집 862

by 신아연


추석 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아주 알찬 명절을 보냈습니다. 계획대로 원고도 마감했고, 몇 분들과 따스하고 진심어린 명절 인사도 나누고, 도서관도 가고, 시내에서 거리 축제도 보고, 소설책도 한 권 읽고, 맛있는 것도 먹고, 재미있고 의미있는 만남도 두 번이나 가졌습니다. 7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 기일도 있었고요.



관동대학살 100주기 추모제 연재하듯이 이번 주는 저의 추석 연휴를 연재해 보겠습니다.




씨알재단(이사장; 김원호)이 추진하는 청소년인성교육교재 1, 2권 매뉴얼(200자 원고지 100매 분량)을 연휴 동안 마감해야 해서 우선 3일치의 장을 봤습니다. 초고를 쓴 상태였지만 다 버린다는 각오로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3일간 두문불출 하기로 하고 먹을 것부터 장만했던 것이지요.



시장에서 돌아오는 길, 저를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무척 반가웠습니다. 그것도 명절 때 만났으니 다행이란 생각마저 들었지요. 지난 5월 말 호주에서 돌아온 이후 처음이었으니까요. 저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나 보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 할아버지가 왜 저를 하나님이라고 부르냐고요? 그냥 그런 게 있습니다.^^ 정 궁금하시면 아래 링크를 열어보시길요.

https://blog.naver.com/jasengmain/222953019354





장을 보고 온 터라 지갑에는 만원 짜리 한 장밖에 없었지요(솔직히 한 장 더 있었어요. 하지만 저도 연휴 때 써야 하니까요^^). 그거나마 할아버지께 드리고는 예의 "베리 굿! 베리 굿!" 찬사를 들어야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저를 "뷰티풀 마담"이라고 부르며, 제가 작은 돈을 드릴 때마다 베리 굿을 연발합니다. 그나마 겨우 '하나님'을 면한 거지요. ㅎ



할아버지와 저의 인연이 4년 째입니다. 만날 때마다 5천원도 드리고, 만원도 드리고 정 없으면 3천원도 드리죠. 어제는 2천원밖에 못 드렸지만. 먹을 것을 사서 드릴 때도 있지요. 그럼에도 할아버지는 여전히 음식쓰레기를 뒤진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제는 저도 포기를 하고 그러려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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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를 만나고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 할아버지는 나를 만나는 이상 적어도 하루 한 번은 요기를 하실 수 있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할아버지를 종일 굶도록 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나를 만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나는 할아버지가 항상 만날 수밖에 없는 길을 거의 매일 지나다닌다. 그런데도 할아버지는 쓰레기통을 뒤진다.



나는 별반 다른가? 나도 예수님을 매일 만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예수님은 내게 양식을 공급하신다. 육의 양식뿐 아니라 영의 양식까지. 예수님은 내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항상 계신다. 그런데도 나는 맨날 먹고 살 걱정으로 쓰레기통 뒤지듯 세상을 기웃거린다.



나처럼 보잘 것 없는 사람도, 나같은 가난뱅이도 거지 나사로를 굶어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데, 세상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모든 것을 다 가지신 하나님이, 나를 만드신 아버지 하나님이 왜 당신의 딸을 굶도록 내버려 두실까 말이다. 몸뚱이뿐 아니라 혼과 영을 저 보름달처럼 풍성히, 풍성히 채워주실 것을 믿지 못하는 내가 문제인 거지.



생각이 깨달음이 되면서 실천을 각오하게 했습니다. 정말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다 믿고 맡겨야 한다는. 특히 생계를 불안해 하지 말고 그분께 완전히 맡겨야 한다는. 그리고 나는 그분이 내게 맡기신 일에 오롯이 집중해야 한다는. 그 일이란 이 땅에 그분의 뜻을 심어가는 것이죠.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마태복음 6장3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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