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삽시다!

신아연의 영혼의 맛집 863

by 신아연


지난 한가위, 가족 잃은 사람들의 명절은 어땠을까요. 제 어머니도 추석 연휴 때 돌아가셨지만 이제는 세월이 많이 흘러 엊그제 일처럼 슬프지는 않습니다.



독자들 중에는 노부모 간병으로, 본인의 질병으로, 자녀의 병고로 몸과 마음이 무거운 명절을 보낸 분들이 있었습니다. 위로와 근황을 나누며 따스함을 보탰지만, 이른바 묻지마 살인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 이름붙은 날에 더 슬프고 가슴 에이는 사람들은 명절이 고문이었을테지요.



가까이에 30대 초반 아들을 최근에 자살로 잃은 제 또래 엄마가 있습니다. 그 엄마의 아들 없는 첫 추석을 전해 들으며, 인간의 언어로는 그 어떤 위로도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제발 죽지 마세요! 제발 부모를 두고 자살하지 마세요! 죽지만 마세요! 무조건 사세요! 무슨 일이되었든 살아서 해결합시다! 일단 살아있고 봅시다!



자식 잃은 엄마의 처절한 고통을 지켜보면서 광화문 광장에 나가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은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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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첫날, 마음을 다잡고 청소년 인성교육교재 1차 원고를 쓰기 시작했는데, 9월 30일로 못박았던 마감일을 '연휴 지나서'로 재공지하는 문자가 왔습니다. 마감전선 이상 없다던, 하루도 연장할 수 없다던, 명절이고 뭐고 얄짤없다던 편집책임자의 '은전'에도 아랑곳없이 저는 원래 날짜에 마감을 시켰습니다.



저의 '범생 기질'도 작용했지만 연휴 내리 6일간 원고와 씨름하는 지리멸렬함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했던 거지요. 그랬기에 3일은 글을 쓰고 3일은 오롯이 쉴 수 있었던 거지요.



여러분, 올 추석에도 얼마나 많은 카톡 인사를 주고받으셨을지요. 저는 이런 친필 덕담을 받았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고 혼자 보기 아까워 이렇게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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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씨는 호주에 사는 제 친구입니다. 저의 가장 진실한 친구입니다. 이 친구 앞에서는 아무것도 감출 필요가 없어 부끄러운 속내를 그냥 드러내게 됩니다. 또한 저와 전남편, 둘다를 잘 아는 유일한 사람이지요. 또한 지금도 양측 이야기를 들어주는 유일한 사람이지요.



저희 부부가 '박 터지게' 싸울 때도, 결국 처절히 헤어질 때도, 제 입장에선 제가 억울해서 데굴데굴 구를 때도, 남편의 합리화와 엉성한 변명, 저에 대한 원망에도 마치 시소의 중앙처럼 균형을 잡아주었습니다.



그러다 하나님 만나 비로소 제 정신이 돌아와 회개하며 내가 다 잘못했다고, 내가 착한 아내, 지혜로운 엄마가 아니어서 우리 가정이 이렇게 박살 났다며 하나님께 용서를 빌며 새벽기도에서 절규할 때도 옆에서 같이 눈물을 흘려준 친구입니다.



이제 전남편이 예수님 만나 저처럼 지난 날을 용서받고 세상으로 다시 돌아오길 간구하는 제 마음에 순수히 감동하며 또다시 눈물을 글썽이는 착한 사람. 자기가 있는 한 나를 굶도록 두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해주는 재정적으로도 든든한 사람!



그래요, 나는 한가위처럼 풍성해졌어요. 비록 몸은 혼자여도 마음만은 주변을 다 품어요. 가느다란, 존재조차 미미한 초승달 같았던 내가 하나님의 은혜로 이렇게 만월로 부풀어 올랐어요. 하지만 달처럼 다시 쇠하거나 기울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내 안에 주님이 계시고, 주님께서 그 달을 지키실 테니까요. 고마워요, 수지 씨.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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