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철학을, 철학에 일상을 21
“신아연 씨는 글을 쓰려고 집을 나온 것 아니었나요?”
얼마 전 지인이 내게 불쑥 이렇게 물었다.
“네? 그럴 리가요. 집을 나온 후에 글을 쓴 건데요. 먹고 살기 위해서.”
물었으니 대답은 했지만 약간 황당하고, 약간 억울하고, 약간 화도 났다. 본말전도도 유분수지, 이런 오해를 받다니!
어떤 일을 좋아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일에 소질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좋아해서 시작했다가 재능 없음만 확인하는 경우가 흔히 있지 않나. 그런가 하면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싫지도 않아서 그냥 계속 하다 보니 의외로 적성에 맞아 그 길에서 자기를 찾는 사람도 있다.
내 경우는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따질 계제가 아예 못 됐다. 먹고 살기 위해서 꾸역꾸역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먹잇감을 찾듯, 글감을 찾아 헤매다 보니 갖고 있던 작은 글재주가 갈고 닦이더라는 거다. 물론 그 전에도 글을 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취미와 여가 선용이었지 지금처럼 밥벌이 수단은 아니었다. 그러니 순서야 어찌됐건 혼자 살고부터 나의 재능을 발견한 것만은 사실이고, 급기야 ‘글 쓰려고 이혼한 여자’라는 오해까지 받게 됐으니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사람은 아무도 모른다. 어떤 면에서는 자신이 자기를 제일 모른다. 생존의 위기로 내몰려 보기 전까지는. 저 사람이 저런 면이 있었어? 라고 세상 사람들이 눈을 비비며 나를 다시 보게 할 일도, 내가 이런 사람이었어? 라며 스스로 자신에게 놀랄 계기도 절박함과 간절함에서 나온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도 같은 뜻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