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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렇지, 그래, 그러니까, 그래서, 그랬었군

일상에 철학을, 철학에 일상을 22

by 신아연

그럼


그렇지


그래


그러니까


그것이


그래서


그랬었군



고승주 시인의 <자문자답自問自答>이라는 시다. 자문자답이란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는, 마음속 대화를 일컫는 말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글쓰기의 육하원칙처럼, 자문자답에는 ‘그럼, 그렇지, 그래, 그러니까, 그것이, 그래서, 그랬었군’이라는 칠하원칙이 존재한다고 할까.


나는 특히 시인이 배치한 각 시어 사이의 간격에 의미를 둔다. 엉킨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며, 자기 공감이 일어나도록 스스로 시간을 두고 기다려 주는 느낌이 들어서다.


자신과 진정으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성숙한 사람이다. 자책과 회한 없이 지난날을 돌아보고, 그다지 보잘 것 없는 현재와 서서히 쇠락해 갈 앞날을 긍정하는 사람이다. '어떻게 되겠지, 다 잘 될 거야'란 막연한 생각을 품는 낙천적인 사람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인 줄 알면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을 묵묵히 해 나가되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사람인 것이다.


그럼에도 자기대화는 자칫하면 낙관이나 비관으로 흐르기 쉽다. 전후사정을 파악하되, 추궁하지 않는 명민한 분별력을 가질 때 긍정적 자문자답이 가능하다. 마음이 복잡할 때 차 한 잔을 마주하고 시인의 ‘칠하원칙’을 따라 자신과 대화해 볼 일이다.


그럼, 그렇지, 그래, 그러니까, 그것이, 그래서, 그랬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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