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대학살 100주기 동행기 13
원하는 것은 반드시 이뤄집니다. 믿습니까?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경험합니다. 제 삶이 원하는 대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뭘 원하냐는 거지요. 저는 관계회복을 원합니다. 용서와 사랑과 소통을 원합니다. 사람들 사이에 마음이 활짝 열려 함께 성장하길 원합니다. 마치 거기에 제 사명이 걸린 듯 하늘의 도움을 구합니다. 그리고 하늘이 도와주십니다.
진인사 대천명,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요즘처럼 절실히 다가오는 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 속에서 자주 감동을 합니다. 하늘의 도움을 얻는 사람들, 하늘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중에 함인숙 목사님이 있습니다.
"이번 추모제는 함목사니까 했다. 다른 사람은 못한다." 씨알재단의 자체 평가입니다. 도대체 함목사가 어떻게 일을 했기에? 한 마디로 무대뽀지요. 무대뽀 기질, 그거 우습게 보시면 안됩니다, 여러분.
저도 그런 기질이 있어서 압니다. 하늘이 도우실 거란 배포나 배짱이 없이는 결코 무대뽀로 덤빌 수 없습니다. 진정한 무대뽀는 하늘의 뒷배를 든든히 두른 사람만이 부려볼 수 있는 기질이지요. 내가 발을 내딛기만 하면 나머지는 하늘이 이뤄주실거라고 '탁' 믿는.
"추모제를 하겠다고 구청에 허가를 받으러 갔지요. 처음에는 아예 안 된다고 했어요. 추모제를 허락할 수 없다는 거였죠. 왜 안되냐고? 우리가 우리 조상 제사 지내겠다는 데 뭐가 문제냐고 처음에는 따지고 나중에는 때를 쓰다시피 했지요. 나는 일본말을 못하니 가서 통역을 데려와라, 내가 하는 말이 어디 틀렸나 자세히 들려 줄테니."
이런 식이었던 거죠.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파는 게 아니라 우물을 파서 내 앞에 대령하라는 식.ㅎㅎ 아예 드러누울 각오로. 언제까지? 허락해 줄 때까지! 무대뽀의 어원은 일본말 무뎃포(無鐵砲) 아닙니까. 마침 일본에 갔으니 제대로 부려보는 거죠.
그렇게 관할 스미다 구청과의 한판 승부, 결국 허가를 받아내고 말았지요.
"들여다 볼수록 신기해요. 추모제 허가가 나고 장소로 내 준 땅이 위의 분홍색 작은 동그라미 친 곳이었죠. 근데 거긴 풀이 사람 키만큼 자라나 있어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다시 구청을 찾아가 2일에 일본사람들이 행사한 다리 밑을 우리도 사용하게 해 달라고 하니 그건 국가 관리 부지라 안 된다는 거예요. 한참을 고심하더니 그 옆 공원 전체를 다 내준 거예요. 일이 되려고 하니 그렇게 풀리더라고요. 다리 밑보다 훨씬 더 아늑한 장소로."
이미 함목사의 기질을 파악한 구청이기에 순순히 꼬리를 내린 느낌이. ㅎ
9월 3일 우리의 추모제 장소로 허락된 아라카와 강변 공원
9월 2일 일본인들의 추모행사가 열린 아라카와 강 다리 밑
함 목사의 무용담은 이어집니다.
"제 뒤에 놓여있는 목재 보이죠? 추모제에 쓸 상여 목재인데 주말이 끼어 금요일에 구매할 수밖에 없었는데 문제는 보관할 곳이 없다는 거예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죠. 근데 참 희안하고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지 뭐예요! 자전거를 타고 가던 어떤 일본 할아버지가 제게 다가오더라고요. 지나가는 말처럼 사정을 말하자 그렇다면 자기 집에 보관해 뒀다가 3일 새벽에 추모제가 열리는 공원으로 가져다 주겠다는 거예요. 행사 끝나고 상여를 해체하면 그 처리까지 해 주겠다면서. 그러면서 지금 목재 실어갈 차를 가지러 가셨어요.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잠시 쉬고 있는 중입니다. 천사할아버지를 만났어요! "
추모제 기간 동안 이런 일들이 거푸 일어납니다. 어찌 우연일까요? 아니지요. 분명 하늘의 도우심이지요. 더 기가 막힌 일이 있었거든요.
내일 계속하겠습니다.
9월 3일 아침, 추모제에 쓸 상여를 만들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