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녀와 일본 선생님의 아름다운 소통

관동대학살 100주기 추모제 동행기 21

by 신아연


주말, 휴일 잘 보내셨습니까. 저는 요즘 약간 당황스러운 일을 겪습니다. 저를 만나는 분들이 "일본에 언제 다녀오셨어요?" "잘 다녀오셨어요?" "어라? 지금 일본에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러는 겁니다.



'호주 촌사람, 일본 한 번 갔다온 걸 놀리나? 아니면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더니 일본 다녀온 지가 언젠데 자꾸 물어 봐?'



저는 저대로 이렇게 궁시렁대죠. 그런데 함께 있던 사람이 "글을 그렇게 썼으니 오해할 만 하지." 이러는 겁니다. 그랬던 거군요! 저한테, 제 글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거군요. '붕어빵(아들)은 호주로, 나는 일본으로'라고 썼으니.



맨 처음 저한테 일본 언제 가(갔)냐고 인사해 온 분, 자다가 봉창 두드리냐고 해서 미안합니다.^^



저는 '글을 말처럼, 말을 글처럼'이란 나름의 원칙을 갖고 있는데, 즉 '쉽고 명확하게' 쓰고 말하겠다는 거죠. 그런데 이번에 이런 오해를 부른 걸 보면서 의사전달이란 이래저래 참 어려운 일이란 걸 새삼 깨닫습니다.



저의 이 미숙한 의사전달력을 가지고 오늘도 동행기를 이어갑니다.



"이번에 함께 온 제 손녀 은성이는 '9월 3일 오전 10시에 아라카와 강변에서 관동대학살 희생자를 위한 한국인 추모제가 열리니 꼭 참석해 주십사'라는 말을 일본어로 암기하여 2일, 봉선화회 추도제와 국회의사당 앞 시위 때 초대장을 열심히 나눠줬지요.



그날 밤 국회의사당 앞에서 안내장을 받은 한 일본인 중학교 교사가 은성이의 초대에 응한 거예요. 추모제에 참석해서 동영상까지 만들었다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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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잠깐 말씀드렸듯이 은성이는 추모제를 총괄한 씨알재단 함인숙 목사님의 외손녀입니다. 함목사님은 딸과 사위, 손녀 둘, 손녀의 친구까지 100주기 추모제에 가족들을 동반했습니다. 참 대단하고 위대한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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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성 학생, 관동대학살 한국인 추모제에 참여하여 100년 전 참사를 함께 기리게 되어 감사했어요. 늦은 밤, 국회 앞에서 전단지를 배부하던 은성 양의 열정과 용기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우리 정부가 아직도 사과하지 않고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것에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어요.



우리도 이 문제를 가슴에 새기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일본정부에, 시민들에 호소해 나가야 합니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도 은성 양처럼 14, 15세입니다. 어린 학생들이, 젊은 세대들이 역사를 올바르게 배우고 한일간의 우호적 관계를 위해 힘써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한국인 추도제에서 제가 찍은 영상을 GIGA FILE 편으로 보냅니다. 30분 정도의 길이입니다. https://xgf.nu/ABAA8로 들어가면 되고, 다운로드 비밀번호는 1931입니다. 1919년 3월 1일, 삼일절에서 땄습니다. 또 어디선가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코데라타카 유키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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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너무나 감동적이지 않나요? 한국인 소녀와 일본인 교사의 참으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소통이지 않나요? 이 두 사람의 보석같은 만남처럼 한국과 일본 간에도 극적 화해와 용서의 길이 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꿈 같은 소리 같지만 꿈으로 끝날 일이라면, 살인적 폭염 속에서 추모제를 올린 씨알의 몸짓은 아이스크림 녹는 것보다 더 허망하고 흔적 없는 일일 테지요.



그러나 이러한 현장의 애틋한 에너지가 씨알재단이 뿌린 씨알에 거름이 되어 알알이 열매 맺을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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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 소녀, 지은성 양입니다. 얼마나 대견한가요? 외할머니를 따라 동경 아라카와 강변 관동대학살 100주기 추모제에 동참한 것이 은성 양의 미래에, 앞으로의 인생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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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추모단체인 봉선화회도 그렇고, 관동대학살 조선인 희생자에 대한 관심은 일본 교사들에게서 유독 크네요. 우연의 일치라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미래 세대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사들의 올곶은 정신, 살아있는 역사 인식이라고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요!



내일 계속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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