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먹으러 갑니다

관동대학살 100주기 추모제 동행기 22

by 신아연


저는 오늘부터 영어공부를 시작합니다. 오후 4~8시까지 4시간의 강행군이 될 것 같습니다. 2~4시까지는 제가 하는 글 수업이며, 이어서 바로 같은 장소에서 영어를 배우게 됩니다. 매주 4시간 씩.



호주에서도 하지 않던 영어를 왜 굳이 한국에서? 하실테지만, 호주에서 농땡이를 부렸더니 결국 한국에서 하게 되네요. 영어에 묵은 빚을 갚는 마음으로.^^ 앞으로 며느리와 손주들을 보게 될 텐데 그때를 대비하여. 두 아들이 호주 여자와 결혼할 것 같아서요.



저와 글을 쓰시는 씨알재단 김원호 이사장님은 삶을 3등분 하시지요. '배우고 나누고 즐기고'로. 저도 따라합니다. 영어를 배우고, 다른 사람과 사랑과 마음을 나누고, 독서와 글쓰기 등으로 제 삶을 즐기고.



이제 배우러 갑니다!



자, 어제는 우리의 은성이가 한 건 단단히 올렸지요? 은성이와 일본인 교사의 연결로 인해 한일관계가 한걸음 진전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과 열정과 행동이 세상을 바꾸는 단초가 됩니다. '나 한 사람'이 그래서 소중합니다. '나 한 사람'이 그렇게 중요합니다.





temp_1699246904630.-283821481.jpeg?type=w773




9월 2일의 일정이 비로소 마무리되었습니다. 새벽 2시에 시작된 긴 하루였습니다. 이제는 저녁을 먹는 일만 남았습니다. 예약한 식당이 국회의사당 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한 정거장 거리라 걸어가기로 합니다. 그렇다 해도 20분이 넘는 거리입니다.





temp_1699246913770.663379325.jpeg?type=w773




우리 일행은 지칠대로 지쳐 폭염 속 조조의 병사처럼 '망매지갈(望梅止渴)'에 의지하여 가야합니다. 매실을 생각하며 갈증을 이겼다는.



있지도 않은 상상의 매실로 타 들어가는 병사들의 목구멍과 말라 갈라지는 입 안에 신 침을 고이게 한 조조처럼, 멀지 않은 곳에 마실 것과 먹을 것이 준비되어 있다는 희망으로 힘겨운 발을 뗍니다.



물론 우리에게는 상상이 아닌 실제의 음식이 기다리고 있으니, 조조의 망매지갈 보다는 알프스 산을 넘던 나폴레옹의 지략이 더 어울릴 테지요. "5분 만 참아라. 5분이면 목적지에 이른다."고 병사들을 독려했던.



나폴레옹 병사의 5분은 영원에 가깝게 반복되었을 테지만, 씨알 병사의 5분은 몇 번 만에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도쿄 중심지의 하나인 아카사카 대표 한식당 '옛날집'의 간판 앞에 선 감격이라니!





temp_1699246885752.-1782855924.jpeg?type=w773



장영식 사진 작가 부부





temp_1699246922239.2060734750.jpeg?type=w773



건물에 밀집해 있는 식당들의 간판들





자리에 앉자마자 맥주를 들이키며 무더위와 갈증을 씻는 일행들. 망매지갈이 현실이 된 순간! 술을 못하는 저는 콜라를 마십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맛있고 고마운 맥주이자 콜라입니다.





temp_1699246863878.2040202100.jpeg?type=w773




temp_1699246876348.1030805760.jpeg?type=w773




이번 일정 중에 만난 김양호 피디와 김윤수 활동가는 초등학교 선후배임을 확인합니다. 그래서인지 두 분의 대화가 잘 통합니다. What a small world!



9시 경의 저녁식사, 우에노역에서 12시 무렵 점심을 먹은 후의 곡기, 허겁지겁 먹기 바빠 저도 사진을 안 찍습니다. ㅎㅎ



아라카와 강 둔치에서 넋전 박스를 지키고 있는 이창희 국장님, 내일 추모제의 제(祭主) 역할을 해야 하는, 그래서 그 준비로 혼자 숙소에 남아 있는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양혜경 이사장님, 우리만 먹어서 너무나 미안합니다.



배불리 먹고 마신 후 10시를 훌쩍 넘겨 아카사카 미츠케역으로 향합니다. 이제 '바비인형 숙소', 나이스하지 않은 나이스 호스텔로 가야죠. 재미있는 마이클 잭슨 조형물을 보는 여유를 부리며.





temp_1699246895025.-748271345.jpeg?type=w773




피곤과 포만감에 겨워 제 눈이 게게 풀렸지요? 하지만 국회의사당에서 펼쳤던 '일본은 관동대학살 100년의 진실을 밝혀라, 학살을 멈추라'는 프랭카드만큼은 잊지 않고 꼭 품습니다. 지금은 씨알재단 사무실에 고이 보관되어 있지요. 언젠가, 조만간 또 펼칠 날을 기다리며.





temp_1699246848194.-118382981.jpeg?type=w773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국 소녀와 일본 선생님의 아름다운 소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