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란 마음의 됫박을 비우는 일

신아연의 영혼의 맛집 865 / 예미녀의 금요별식 8

by 신아연


관동대학살 100주기 추모제 후속 행사 회의를 위한 1박 2일 양평 모임 잘 다녀왔습니다.



어제 글을 쓰지 않았더니 마음이 좀 어수선했습니다. 글 없이 시작한 하루가 고무줄 늘어난 몸빼바지 같기도 했습니다. 세수 않고 돌아다니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계속 씻지 않으면 얼굴에 땟국이 흐르듯, 계속 쓰지 않으면 마음에 땟국이 흐르겠지요.



아무리 바빠도 밥 한 술 뜨고 출근하는 아침과 공복으로 시작하는 하루의 차이처럼, 아침마다 영혼에 한 술 먹이는 습관이 저의 하루를 안정되이 시작하게 합니다.



날마다 글을 쓰는 저를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합니다. 내용이야 어찌됐건 그 자체가 대단하다고 합니다. 8시 '땡'하면 배달을 시작하는 것은 더더욱 대단하다고 합니다. 쿠팡같다고 합니다.^^



막상 써 보면 아침 한 술 뜨는 것처럼 대단할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과찬에 그냥 웃고 말지만 여하간 날마다 글을 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여러분, 됫박아시죠? 글을 쓰는 것은 됫박 비우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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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을 되는 되(升)는 될 것을 되고는 곧 비워야 다음에 될 것을 또 될 수 있다. 우리의 마음이란 됫박과 같다. 될 것을 되고는 금방 비워야 하는 것이다. 마음에 잡념이 가득차 있으면 마치 됫박이 가득차서 그 쓰임대로 못 쓰게 되는 것과 같다."



신토불이 철학자 다석 류영모 선생(1890~1981)의 말입니다. 마음의 됫박을 비우는 일, 그것이 글쓰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음이 무언가로 가득 차 있으면 통풍이 안 되는 방처럼 소통이 안 됩니다. 소통이 안 되는 마음은 늘 채워져 있는 됫박처럼 밑바닥에서부터 곰팡이가 피고 종국엔 썪겠지요.



빈 됫박처럼 마음을 매번 깨끗이 비워버리기 위해서는 자아를 뛰어넘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마음됫박 속에 가득차 있는 것이 결국 자아, 에고니까요. 옛사람을 벗고 새사람을 입어야 한다는 성경말씀처럼. 그것을 도와주는 것이 글쓰기라는 거지요.



글쓰기는 더러운 방을 청소하는 빗자루나 걸레 같은 거지요. 마음의 청소도구지요. 어제 하지 않은 마음방 청소를 오늘 다시 했습니다. 이제 말끔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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