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대학살 100주기 추모제 동행기 26
어제 김양호 피디님의 '돼지코 배려'에 여러 독자들이 감동을 하셨습니다. 그 가운데 "따뜻한 시선이 따뜻한 손을 발견함!"이란 말씀을 주신 분이 있었어요. 참 멋진 표현입니다.
이제는 제게 왜 글을 쓰냐고 묻는다면 "사람들로부터 따뜻함을 발견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온기를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하렵니다.
저는 크리스천이 된 이후 '하나님의 만년필'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저를 쥐고 세상을 밝고 따뜻하게 하는 글을 슥슥 써내려가셨으면 하는 소망, 성령의 잉크와 기도의 만년필 촉으로 세상이란 두루마리를 펼쳐 사랑을 써 나가는 사람, 죽는 날까지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이번 추모제 팀에 그런 분이 또 계셨습니다. 바로 장영식 사진작가님!
이분은 카메라 렌즈에 따뜻한 시선을 접촉하고 세상을 향한 연민과 공감과 사랑을 담습니다. 국내외의 슬프고 아픈 곳마다 장 작가님의 '렌즈 치유'가 일어나지요.
그런데 이분께 우리 일행이 죄송한 일을 저질렀지요. 첫날 더위와 허기에 시달린 끝에 정신없이 늦은 저녁을 먹은 후 마지막 열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장작가님 내외를 지하철 역에 '버리고' 왔던 거지요.
두 분은 숙소를 따로 잡으셨는데 지하철 역까지 함께 와 놓고는 모두들 너무나 지친 나머지 두 사람은 알아서 숙소를 찾아가라는 식으로 '팽개치고' 왔던 거죠. 늦은 밤,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호텔 주소만 달랑 쥐고 얼마나 난감하셨을까요.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더니 아닌 게 아니라 장작가 부부를 버리고 냉큼 올라 탄 지하철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바람에 우리 일행은 십리도 못가서 내려야 했으니...
천신만고 끝에 숙소에 당도하긴 했지만 다음날 추모제가 열리는 아라카와 강변으로 찾아오는 것이 또 대략 난감했다고 해요. 길을 모르니 택시를 타는 거야 당연하다 해도 숙소와 아라카와 강과의 거리가 멀어 강변의 일출을 놓친 것을 못내 아쉬워하셨죠.
9월 3일, 우리 측 추모제의 전 과정을 카메라에 담되 일출의 여명으로부터 시작하려던 촬영 계획이 어긋나 버린 것을 두고두고 속상해 하셨던 거죠.
유명사진작가와의 동행은 제게 기쁨이었습니다. 저는 글을 쓰기 위한 자료로 촘촘히 사진을 찍었을 뿐인데, 그런 저를 보고 성실하고 좋은 자세라면서 제자로 삼아주시겠다지 뭐예요. ㅎㅎ
아래 사진은 저 스스로 잘 찍었다고 여겨지는 장작가님 사진입니다.^^
신아연
모두들 자신의 가진 것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 속에서 숙연함이 읽힙니다. 또한 우리가 가진 것이 각자 다르다는 것에서도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봅니다. 우리가 마음을 모아 가진 것을 십시일반하면 오병이어의 기적이 어디서든 일어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