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코 김양호 피디

관동대학살 100주기 추모제 동행기 25

by 신아연


글 초기에 말씀드린 '돼지코' 피디님 생각나시나요?



네, 김양호 피디님 맞아요. 잘 생긴 피디님이 왜 돼지코냐면 돼지코를 잔뜩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아니, 그건 또 무슨 말이냐고요? 돼지코만 베어 갖는 엽기적 수집가라도 되냐고요? 하하, 그건 아니고요.



한국과 일본간에 전압차가 있잖아요. 한국은 220볼트, 일본은 110볼트, 그러니 어뎁터가 필요했던 건데요, 그 어뎁터를 우리는 돼지코라고 부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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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호 피디님이 잔뜩 갖고 계셨던 어뎁터 중 하나





인천공항에서는 비행기를 놓칠새라 허겁지겁 했으니 어뎁터를 살 수가 없었고, 일본에서는 늘 단체 행동이니 어뎁터를 구할 새가 없어서 전화기를 어떻게 충전하나 걱정이 계속 되었더랬는데 김 피디님이 글쎄, 어뎁터를 하나도 아니고, 두 개도 아니고, 세 개도 아니고, 네 개나 여분으로 가져오셨다지 뭡니까!




네 개나 되는 어뎁터를 방 마다 하나 씩 배급하듯 하셨죠. 뿐만 아니라 다른 일행보다 먼저 한국으로 가시면서 어뎁터 네 개는 그냥 가지라고 하셨습니다. 집에는 돼지코가 또 많이 있다고.



왜 이렇게 많이 챙겨오셨냐고 물었더니 본인은 원래 그렇게 한다네요. 여행다녀보면 어뎁터로 쩔쩔 매는 사람들이 늘 있기 마련이라 아예 넉넉히 가져간다며.



잃어버릴 것에 대비하여 여분으로 하나쯤 더 준비하는 건 몰라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아예 여러 개를 가방에 넣는 일, 저라면 생각도 안(못)할 일이죠.



김 피디님을 통해 '배려'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여행지에서 가장 요긴한 것 중 하나인 변압용 어뎁터를 대신 챙겨가는 배려심, 저는 감동했습니다.



김 피디님 덕에 어뎁터 걱정 없이 전화기를 충전하고, 전주팀(김 피디님은 전주에 사시고, 씨알재단 식구 중엔 두 분이 더 전주에 거주)을 통해 돌려드릴 수도 있었는데, 다음에 혹시 또 일본을 함께 가게 된다면 제 것은 따로 챙겨오지 마시라는 의미에서 제가 갖고 있기로 했습니다.



제가 이번에 행사에 동행해 보니 각자마다 남다르게 헌신적인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헌신에도 분야가 있다고 할까요?



가령 행사 현장을 꼼꼼히 정리, 청소하는 헌신, 폭염에 나도 힘든데 더위에 지친 다른 사람의 짐을 대신 끌어주는 헌신, 추모제는 100년 만에 처음이니 우왕좌왕 한 면이 있었음에도 그 모든 상황 중에 다른 사람의 수고를 높여주는 헌신 등.



남에게 거의 폐를 끼치지도 않지만 덕을 끼치는 일도 없는 저로서는 깨닫고 느끼고 배울 점이 많았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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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호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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