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의 영혼의 맛집
이제 남은 생, '하나님의 만년필'이 되기로 한 후 기존에 채워져 있던 잉크부터 바꿉니다. 자아의 잉크에서 성령의 잉크로.
지난 세월, 참 많은 글을 써왔습니다. 감옥에 계신 아버지께 6살 때부터 쓰기 시작한 편지 이후 평생을 글과 함께 살았습니다. 글이 곧 제 자신이었습니다. 실존과 생존의 방편이자 수단이었습니다. 글과 함께 시작한 제 인생은 글과 함께 소멸할 것입니다.
이민생활의 막막함, 결혼생활의 불안함, 독거생활의 외로움을 글과 함께 했고, 하고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죽음 앞에 서야 하는 두려움을 함께 할 것입니다.
하재열 작가의 '심상'
그렇게 글과 함께 버텨 온 삶의 시간이 무려 54년, 돌아보면 한 가지 잉크를 고집해 왔습니다. 자아라는 잉크를 찍어 오직 나 중심적인, 내가 주어가 되는 글만 써온 것이죠.
나의 상처, 나의 고통, 나의 슬픔, 나의 연민, 나의 기쁨, 나의 즐거움, 나의 소망, 나의 자랑, 나의 기대, 나의 권태, 나의 불안, 나의 절망, 나의 두려움 등등 온통 나에 관한 글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만년필 카트리지를 까만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꿔 끼우듯, 내면을 가득 채우고 있던 나라는 카트리지를 빼 버리고 예수라는 카트리지로 바꿔 끼우게 되었습니다. 한순간에 다른 색의 글이 나올 수밖에요. 실로 기적 같은 변화입니다.
그런즉 이제는 내가 쓰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께서 쓰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자아 가운데 쓰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쓰는 것이라.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갈라디아서 2:20
성령께서 쓰시는 글은 '사랑'이 주제입니다.평안과 기쁨, 자유와 능력이 뒤따라 나온 후, 위로와 소망, 공감과 치유, 격려와 축복으로 마무리 됩니다.
오늘도 저는 내면에 성령의 잉크를 채웁니다. 인연 닿는 사람들에게 어떤 글과 말로 새 힘을 줄 수 있을까를 기대하고 기도하며!
잉크를 바꾼 후부터 유명해지고 싶다거나, 죽어서도 기억 될 멋진 글을 쓰고 싶다는 허탄한 생각과 타는 목마름을 더는 느끼지 않습니다.
마치 제품 자체의 결함처럼 자아의 잉크, 에고의 만년필을 사용할 때 끈질기게 따라붙던 인정욕구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아, 엄밀히 말해 인정욕구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고요, 인정받고 싶은 대상이 사람에서 하나님으로 바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