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을 빌려드립니다

신아연의 영혼의 맛집

by 신아연


"신 선생님, 내가 신 선생한테는 해선 안 될 말을 해야할 것 같네요..."


"해선 안 될 말 같은 건 없어요, 선생님. 어서 해 보세요."


"정말 미안한데 돈을 좀 빌려 줄 수 있을까 해서..."


"아, 네~~ 근데 그게 왜 저한테는 하지 말아야 할 말인가요. ㅎㅎ"



일전에 지인이 제게 하신 말씀입니다. 돈 빌려달라는 말이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닐 수는 있어도 절대 못할 말은 아니건만...



물론 무슨 뜻인지 잘 알지요. 한달한달 빠듯하게 살아가는 저한테까지 돈 얘기를 하는 자체가 미안하고 민망하단 의미라는 걸.



또 다른 사람에게선 이런 소리도 들었습니다. 돈을 좀 빌려줄 수 있냐고 하면서, 거절 당하더라도 저한테 당하는 건 자존심 상하거나 쪽팔리지 않을 것 같다고. 빌려줄 돈이 있을 법한 사람에게는 자존심 때문에 오히려 말을 못 꺼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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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dretaissin, 출처 Unsplash





묻어뒀던 속내와 감춰 뒀던 이야기를 저한테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아마 제가 글을 쓰기 때문에, 가정사가 유별나기 때문에 마음 그릇이 다른 사람들 것보다 약간 다르게 생겨서, 아니면 좀 커서 남다른 사연을 담아낼 수 있을 거라고 여기시는 것 같습니다.



제 마음 그릇이 어떤 모양이든 간에, 크든 작든 간에 그런 사람을 만나면 만사 제쳐놓고 바싹 귀를 기울이고 함께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제게는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10년 전, 맨몸뚱이로 호주에서 돌아와 핏덩이 고아처럼 무력했던 저를 이만큼 키워주고 보살펴 주신 도움의 손길들에 보답하기 위해서 저도 힘닿는 데까지 누군가를 도와야하기에.



입에 풀칠할 길을 찾아 헤매던 제가 이제는 돈을 빌려달라는 소리까지 들으니 고맙기조차 합니다. 반쪽에서 온쪽으로 사람노릇을 하게 된 것 같아서. 빌리지 못하더라도 제게는 창피하거나 자존심 다치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은 더더욱 고맙습니다.



그래서 빌려줬냐고요? 빌려줬죠. 얼마 빌려줬냐고요?



가난뱅이 저한테 빌려달라고 할 액수야 빤하죠. 그런데 급하면 단돈 1만원, 10만원이 없어서 쩔쩔 맬 수도 있는 게 사람살이죠. 그래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100만원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는. 100만원 한도 내에서 빌려가고 되돌려 주고 필요하면 또 빌려가고. 현재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제 돈 100만원이 늘 누군가에게 가 있거든요.



제가 좀 더 여력이 생긴다면(그럴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 액수를 200, 300으로 올려가며 500만원 내에서 돈 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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