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MRI로 찍어보니

by 신아연


어제 오후, 제가 잘 아는 목사님께서 강원도 철원 한탄강변 수도원에 2일간 금식기도를 하러 들어왔다며, 디모데후서 3장 1~5절 말씀을 붙잡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막 원고를 마감하고 따뜻한 방바닥에 노곤히 누워있었는데 목사님의 문자를 받자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앉았습니다.



금식은 못할 망정 그 길로 디모데후서를 펼치고 목사님과 같은 마음으로 저의 영적 상태를 점검합니다. 엠아르아이(MRI) 촬영하듯 말씀을 기준으로 제 내면을 샅샅이 훑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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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목디스크로 강남자생한방병원에서 MRI를 찍었을 때, 미세한 움직임도 자제한 채 최대한 숨을 참으며, 옴짝달싹 못하는 자세로 무방비 몸을 맡겨야 했던 진공의 순간을 기억합니다.



마치 생선회를 뜨듯 켜켜이 촬영되던 내 몸, 그리하여 치료를 요하는 경추를 발견했듯이, 어제와 오늘, 디모데후서 3장 1~5절이라는 MRI로 마음에 회를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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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akozy, 출처 Unsplash





어디에서 마음에 고장이 일어났는지, 경계 단계나, 주의와 경고를 요하는 부분은 어디인지 면밀히 찾아내기 위하여. 명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숨김도, 거짓도 없어야 합니다. 검사를 하는 동안은 마음이 현 상태에서 옴짝달싹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자, MRI가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너는 이것을 알라


말세에 고통하는 때가 이르러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하며 돈을 사랑하며 자랑하며 교만하며 비방하며 부모를 거역하며 감사하지 아니하며 거룩하지 아니하며 무정하며 원통함을 풀지 아니하며 모함하며 절제하지 못하며 사나우며 선한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며 배신하며 조급하며 자만하며 쾌락을 사랑하기를 하나님 사랑하는 것보다 더하여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은 부인하니



이같은 자들에게서 네가 돌아서라 / 디모데후서 3장 1~5절



마음이 고통 받는 무수한 원인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마치 경추에서 비어져 나온 디스크가 발견되듯이.



나는 어디에 특히 손상이 심한지를 살핍니다.



돈을 사랑하지는 않는데 돈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이따금 여전히 사납고, 혼자 살다보니 이성에 대한 (쾌락까지는 아니지만) 막연한 그리움이 미미하게 움직입니다. 하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진단 결과 제 마음 상태는 그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거 뭐죠? 이 결과 맞나요?



말씀에 비추어 제 마음에 별 문제가 없다는 거잖아요. 덜컥 겁이 납니다. 이거야 말로 마음에 병이 단단히 든 게 아니고 뭐냐는.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암이 말기 상태까지 갔는데도 전혀 증상을 못 느끼다가 갑자기 죽는 사람처럼.



아무래도 MRI를 다시 찍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디모데후서 3장을 다시 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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