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 가지 사랑사업

by 신아연


저는 지금까지 제 자신만을 위해 살았습니다. 남편과 자식을 건사했다 해도 가족이란 나 자신의 연장이니 여전히 나 자신만을 위해 산 것입니다. 그조차 아이들은 15, 16세에 집을 나가 자기들 힘으로 살았고, 남편과는 10년 전에 헤어졌으니 다른 여자들처럼 가정이란 면류관도 제 머리 위엔 없습니다.



저는 인생을 참 잘못살았습니다. 실패자입니다. 환갑에 받은 전반 인생의 성적표는 낙제점입니다. 그 성적을 가지고도 밥을 굶지 않고, 비바람 피할 방이 있고, 옷과 신발도 많이 있으니 형편 없이 산 것에 비해 여간 은혜를 받은 게 아닙니다. 분수에 맞지 않게 많은 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전반 인생은 실패했지만 후반 인생조차 실패하고 싶지 않습니다. 인생 전반전을 만회하려면 후반전에는 다른 게임을 펼쳐야 합니다. 똑같이 살다간 똑같이 무너질테니까요. 삶의 전략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제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진 모르지만 살아있는 동안은 다시 뛰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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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ck Echelberger, 출처 OGQ





제 후반 인생 전략은 '사랑'입니다. 실상 전반 인생 전략도 사랑이었지만 그 사랑이 받고자 하는 사랑이었다면(돌아온 것은 매였지만ㅠㅠ), 인생 후반의 사랑은 오롯이 주는 사랑으로 전략을 바꿉니다.



사랑은 말로만 하는 것도 아니고 마음으로만 하는 것도 아닌, '시간과 돈을 쓰는 것'입니다. 사랑이란 '전략'의 성취를 위해 시간과 돈이라는 '전술'을 써야 하는 거지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묻지마 사랑'과 '무리대금업'입니다. '묻사'는 시간을, '무대'는 돈을 쓰고자 하는 저의 사랑 표현이지요. '묻사'는 다음 주 토요일에 두 번째 만남을 가집니다.



'무대'도 가동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남의 사랑사업에 축하는 못할 망정 초장부터 초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잘 안 될 것 같다는. 그런가 하면 벌써부터 자본금 후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같은 일에 이렇게 상반된 반응이라니! 마음 속 빛과 그림자처럼.



안 될 것 같은 이유가 99가지라도 될 것 같은 1에 걸기로 합니다. 어차피 인생은 곧 끝납니다. 이 나이에 재거나 머리 굴릴 필요 없지요.



(어떤 물건을) 살까 말까 할 때는 안 사는 게 옳고, (어떤 일을) 할까 말까 할 때는 하는 게 옳다는 말도 있듯이.



무리대금업 자본금이 현재 120만원입니다. 100만원은 대출된 상태고 20만원을 당장 빌려줄 수 있습니다. 필요하신 분 말씀하세요.^^



지난 주 어느 독자께서 저를 격려하시기 위해 10만원을 보내오셨습니다. '무대'의 자본금으로 쓰라고 보내신 건 아닙니다. 그냥 제게 용돈을 주신 거지요. 감사히 받으며 이 돈을 무리대금업에 쓰고 싶다고 하니, 곧바로 10만원을 더 입금해 주셨지 뭡니까! 그래서 무대 통장에 20만원이 생긴 거지요.



앞서 보낸 10만원은 사업자금으로 쓰더라도, 다시 보내는 10만원으로는 부디 제가 따스한 밥 한끼, 온기 어린 차 한 잔 마셨으면 한다고. 추운 날, 하루라도 제게 따스함을 선물하고 싶다시며.



그런데 제가 20만원 전부를 무리대금업 통장에 넣기로 한 거지요.



"제 자신을 위해 돈을 쓰기 원하셨던 독자님, 서운하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말씀드렸듯이 이제라도 저는 제대로 살아보고 싶습니다. 고목의 메마른 잎새 한 장처럼 가까스로 그렇게 마지막 생명을 붙잡는 심정입니다. 제 후반 인생을 응원해 주시고, 제 사랑사업에 투자해 주신 것에 온마음을 모아 큰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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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작가의 '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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