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의 영혼맛집 909 / 교토 여행기 12
주말, 휴일 잘 보내셨습니까.
'사람답게 사는 것'에 대해 꽂혀있는 요즘입니다. 그러기에 교토도 '인권적'으로 다녀왔고요.
세상에 태어나 나와 내 가족밖에 모르고 사는 인생이 대부분이지만, 저처럼 그조차도 서툴게 산 사람은 남은 생이나마 어떻게 살아야 할지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시간들입니다.
'단 한 명이라도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하지 않겠나, 이제라도 사회에 작으나마 보탬이 되어야하지 않겠나, 죽기 전 한 번이라도 사람답게 살아야 하지 않겠나.'
이런 생각 속에 있다보니 끌어당김의 법칙에 의하여 지난 달 고베와 교토를 방문하게 된 것 같습니다. 같은 것은 같은 것을 불러들여 연대를 하게 하니까요. 한 마디로 '사람답게 사는 사람들'을 두루 만나고 온 거지요.
무궁회회 회원들 / 사진 장영식
고베에서 '무궁화회(무쿠게노 카이)' 회원들을 만났습니다. 만나기로 한 식당 앞까지 모두들 버선발로 뛰어나와 맞아주셨습니다.
무궁화회는 1971년 1월, 설립되어 한국의 문화, 역사, 풍속, 언어 등을 배우는 일본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합니다. 그날도 흥이 무르익자 한국 노래를 불렀습니다.
<무궁화 통신>을 격월로 발행한다고 하는데 지난 달에는 우리가 다녀간 소식을 실었네요. 앞줄 줄무늬 옷이 접니다. ^^
무궁화회는 재일 한국인들의 인권신장과 차별철폐 등 재일한국인과 관련된 일본 내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50년 이상을 활동해 오고 있습니다. 히다 유이치 회장은 1969년 고베대학에 입학한 이래 일본 내에서 사회적 약자에 가해지는 부당한 억압에 저항하는 시민운동에 일생을 바치고 있습니다.
무궁화회 히다 유이치 회장 / 사진 장영식
'무궁회회'라고 하니 관동대학살의 진실 규명에 천착하는 '봉선화회'가 저절로 떠오르네요. 니시자키 마사오 회장 역시 대학교 2학년 때 관동대학살에 관해 알게 된 후, 생업도 결혼도 포기한 채 현재까지 40년을 이 일에 매진하고 있지요.
봉선화회 니시자키 마사오 회장 / 사진 조선일보
언뜻 생각하기엔 왜 가해국 국민들이 이렇게 애를 쓰나 싶습니다. 그것도 일생을 다 털어넣으며. 너희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냐, 한국사람이냐며 일단의 일본사람들에게 욕을 얻어먹고 때로 봉변을 당하면서까지.
제가 21년 간을 호주에 이민가서 살 때 아주 따듯한 이웃이 있었습니다. 제가 어쩌다 호주사람들에게 부당한 일을 당하면 본인이 대신 사과를 하곤 했지요. 무례한 우리나라 사람들 때문에 정말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같은 마음이겠지요. 더구나 한국사람과 일본사람 관계야, 제가 이민해서 살았던 호주사람 관계하고는 판이하게 다르니, 그 깊은 원한과 억압, 계속되는 차별을 일개 개인, 시민의 힘으로나마 할 수 있는 데까지 풀어주려는 노력인 거지요.
한일이 함께 풀어야 할 역사, 관동대학살저자유영승출판푸른역사발매2023.11.22.
이번 인권투어를 진행하신 무라야마 도시오 작가님도 같은 마음일 테지요. 50년 이상 한국말을 배우신 무라야마 선생님은 재일한국인 3세가 일본어로 쓴 <한일이 함께 풀어야할 역사, 관동대학살>을 한국어로 번역했고, 최근에는 관동대학살 진실 규명에 힘을 쏟는 한국측 시민단체인 '독립(대표 박덕진)'의 이사가 되셨습니다.
재일한국인들의 인권 신장에 힘쓰는 무라야마 도시오 작가 / 사진 장영식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양심을 따라 산다는 의미겠지요.
사람나고 나라났지, 나라나고 사람난 거 아니니까요. 한국사람, 일본사람 이전에 천부인권에 근거하여 우리 모두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같습니다. 따라서 내 나라 사람, 네 나라 사람 나누기 전에 태어날 때부터 심어진 양심을 따라 행동하는 것이 옳습니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저자마루야마 겐지출판바다출판사발매2022.11.17.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를 쓴 마루야마 겐지는 '국가 따위 엿이나 먹어라'란 말도 합니다.
국가가 저지른 범죄에 국가 따위는 엿을 먹어야 마땅하지만, 무궁화회, 봉선화회, 무라야먀 도시오 작가 등 그 국가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사람답게 사는 일'에 이토록 아름답게 헌신하고 있네요.
교토 방문기, 내일 계속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