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의 영혼맛집 910 / 교토 여행기 13
제가 속해있는 '사람답게 사는 사람들' 속에서는 제가 제일 나이가 적거나 두번 째로 적습니다.
사람답게 사는 것을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해 살지 않는 것, 각자 주어진 것으로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는 것, 그것으로 생의 가치와 의미로 삼는 것'이라 정의하겠습니다.
그랬을 때 아예 젊어서부터 그 길을 가는 사람들과 나이들어서 그렇게 살기 시작하는 사람들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일 조선인이 당하는 고통을 함께 하기 위해 시민운동에 투신한 무궁화회의 히다 유이치나 봉선화회의 니시자키 마사오는 전자에 속하지요. 대학생 때부터 시작했으니까요.
2019년 MBC 방송사와 인터뷰 한 히다 유이치
인생 자체를 통째로 헌신하는 전자의 경우를 제외하고, 저같은 사람은 후자인데 그 적절한 나이가 있다면 60세가 기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위 말하는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나이인 거지요.
가령 씨알재단 김원호 이사장님(76)의 경우는 변리사로 대형로펌을 운영하다 60~65세 언저리에서 일을 떠나신 후 사회를 이롭게 하는 일을 시작하셨지요.
김이사장님은 그 일을 하기 위해 경영일선에 계실 때 따로 자금을 비축해 두셨고, 어떤 일이 적합할지 신중하게 살피시다 현재는 관동대학살 진상규명과 청소년인성교육에 집중하고 계십니다.
씨알재단 김원호 이사장
그러고 보니 나이도 나이지만 저처럼 우연히 시작하는 경우와 김이사장님처럼 젊어서부터 계획하여 때가 되면 '요이 땅'하고 달려가는 경우로도 나눌 수 있겠군요.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따스한 성품과, 말로만이 아닌 실천 의지, 거기에 물질적 조건까지 갖춘 김이사장님에 비한다면, 저는 글 쓸 줄 아는 것 하나밖에는 없고, 나만을 위해 살지만은 않겠다는 마음이 든 것도 인생이 무너지고 나서이지 제 성품이 원래 따스해서가 아닙니다.
이혼 후 먹고 살 길이 없으니 제가 현대판 첩살이를 하게 될까 봐 염려하는 분도 계셨고(제 외모를 보면 그런 염려는 안 하셔도 될 것 같은데 ㅎㅎ), 저 스스로도 순전히 먹고 살려고 대필해 주는 일을 기웃거린 적도 있었습니다. 마음 고생이야 늘 하는 거고요.
혼자 된 후 그런저런 10년 간의 고생들로 인해 다른 사람의 슬픔과 아픔을 돌아보게 된 거지, 김이사장님처럼 계획하에 누군가를 도울 인품이 절대 못 됩니다, 제가.^^
어쨌거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도 있듯이, 저는 갈 지(之)자 걸음과 좌충우돌을 통해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갑니다.
나이 60 이후에는 다른 사람을 돕고 사는 것이 가장 잘 사는 삶입니다. 은퇴 후 뭘 해야 하나, 백세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실 게 전혀 없습니다. 무료하고 권태로운 노후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사람은 돈으로만 사는 게 아니니까요.
제 가까이 있는 사람답게 사는 사람들을 관찰해 보면 하나 같이 표정이 밝고, 에너지가 넘치고, 할수록 할 일이 많아져서 너무 바쁘니까요.
이처럼 제 인생의 목적과 목표가 생기고, 마음과 의지가 다듬어지는 계기가 지난해 9월 관동대학살 100주기 추도 위령제를 다녀오고, 또 올해 1월 교토 인권투어를 하면서 마련되었습니다.
제게는 틈만 나면 세계 여행을 떠나는 아들이 있습니다. 미숙한 부모 사이에 태어나 역기능 가정에서 겪은 상처의 치유와 회복을 여행을 통해 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 저도 아들처럼 내면의 조우와 의식의 확장이라는 점에서 여행의 묘미를 깨달아 갑니다.
고배의 번화가를 걷는 씨알재단과 독립 회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