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의 영혼맛집 912
말씀드렸다시피 어제부터 '관동대학살 100주기 추도위령제'를 담은 장영식 작가의 사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오프닝 열기가 너무 뜨거워서 좀 식혀야 할 것 같아 자세한 내용은 내일 전하겠습니다.
장영식 작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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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마친 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사과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한 명이, "며칠 전 사과 한 알에 1만원을 하는데 그래도 사 먹었다."고 하자, 저를 포함해서 몇 명은 그렇게 비싼 사과는 절대 안 사먹겠다고 했습니다.
정말 사과를 먹어본 지가 언제인지 모릅니다. 사과뿐 아니라 요즘은 아예 과일을 사 먹지 못합니다. 너무 비싸니까요.
아, 아니네요. 사과를 먹고 있네요. 얼마 전, 씨알재단 김원호 이사장님과 하는 글수업 시간에도 사과 이야기가 나왔는데, 사과 먹어본 지가 까마득하다고 한 제 말을 들으신 후 이사장님께서 수업 시간마다 사과를 가져다 주십니다.
장영식 작가의 사진전을 축하하는 씨알재단 김원호 이사장
사람은 맘과 몸에 밴대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습관이 이끄는 삶'인 거지요.
4, 5년을 가까이서 지켜본, 제가 본 김이사장님은 타인에 대한 따스함을 본능처럼, 습관처럼 품고 사시는 분입니다. 그러기에 100년 전에 비참하게 돌아가신 분들까지 기억하고 품을 수 있는 거겠지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장영식 작가 사진전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하고요, 오늘은 제가 며칠 전에 쓴 사과 이야기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사장님께서 손수 깎으셨는지, 사모님이 깎아 담아 주셨는지, 갈변하여 더 정겨운 사과 한 쪽을 베어무는데 그 따스한 마음쓰심에 뭉클했습니다.
더피알=신아연 | 지난 설 명절, 모여서 나눈 이야기 중에 ‘고물가(高物價)’에 대한 이야기가 단연 많았던 것 같다.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농산물 값이 이렇게 비싸다는 게 말이 되냐는 한숨이었다.
“높아도 지나치게 높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 무엇 하나 싼 게 없다, 미쳤다, 살인적이다, 집집마다 엥겔지수가 치솟아 마치 후진국이 된 것 같다” 등등 고물가에 대한 표현조차 다양했다.
정말이지 어쩌자고 물가가 이리도 비쌀까. 어지간히 소득이 높지 않고는 버는 족족 먹는 데 다 써버리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계층은 생존을 위협받을 지경이다.
특히 과일값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비싸다니 과일에서 얻는 비타민을 이제는 영양제로 대처해야 할 판이다.
과일 중에서도 사과값은 가격표를 보고도 눈을 씻고 다시 보게 된다. 잘못 본 게 아닌가 하고. 며칠 전 백화점 사과 한 알이 12000원인 걸 보고 숫자 ‘0’이 하나 더 붙은 줄 알았다.
유일하게 사과와 배는 수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온전히 국내 상황에 좌우된다.
지난 여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수확이 형편없었다곤 하지만 사과가 고물가의 선두에 섰다는 것은 놀라움을 넘어 배신감마저 든다. 전체 과일값이 28% 이상 오른 중에 사과는 무려 전년 대비 56%나 더 비싸졌다. 여북하면 사과를 사는 대신 그 돈으로 고기를 샀다는 주부가 있을까.
다른 과일은 몰라도 사과값이 금값이 된 것은 서민에 대한 사과의 배신이다.
사과는 국민 과일이자 서민 과일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돈을 못 버는 가장도 가족을 위해 퇴근길에 몇 알은 사 올 수 있는 게 사과가 아닌가. 지금처럼 먹을 게 지천이지 않았던 배고픈 시절, 옷에 쓱쓱 문질러 껍질째 우적우적 씹으며 한 끼 허기를 달랠 수 있었던 것도 사과였다.
과일 중에 사과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 소박하고 욕심 없는 성정임을 사과 향기처럼 발할 때도 있었다. 사과는 값이 싸고 흔하디흔하지만, 맛도 영양도 부족함이 없는 마치 공기 같은 과일이라는 점에서.
그랬던 사과의 이미지가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그러니 금값이 된 사과는 유죄이자 배신이라고 할밖에.
지난 추석, 외할머니 묘에 사과 한 알을 올려 드렸다며 조카가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외할머니는 사과를 유난히 좋아하셨으니까 상징적으로”라는 말을 덧붙여.
8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성정은 앞서 묘사한 사과 같은 분이셨다. 그런데 지금 다시 그 사진을 보노라니 그런 느낌이 흐려진다. 무섭게 오른 값 때문에.
어서 과일값이 제자리를 찾길, 무엇보다 사과값이 순해지길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다리는 남다른 이유다.
출처 : The PR 더피알(https://www.the-pr.co.kr)